연상연하 시대

Younger Than She Is Ⅰ

사제지간의 비밀 결혼, 뮤즈와의 결혼생활…. 영화보다 더 픽션 같은 연상연하 커플들의 전설적인 스타일 모멘트.

1968 Yoko Ono & John Lennon ☆

런던, 인디카 갤러리에서 오노의 플럭서스 작품 '못을 박기 위한 페인팅'을 앞에 두고 그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오노는 존보다 7세 연상인 34세였다. 나이는 문제되지 않았지만 둘 다 기혼 상태였고 아이도 있었다. 제아무리 자유분방한 '스윙잉 런던' 시대에도 전설적인 스타의 불륜 소식과 스윙잉 시대를 상징하는 밴드 비틀스의 해체 앞에서 대중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보수적인 시선으로 돌아섰다. 발단이 된 오노 요코는 전 세계 여자들의 질투 섞인 미움을 받는 팜므 파탈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혔고. 그러거나 말거나, 침대에서의 평화 퍼포먼스로 떠들썩한 신혼여행을 치른 커플은 어딜 가나 세간의 시선을 끌었고, 그들의 패션 스타일 또한 독보적이었다. 블랙 터틀넥 풀오버와 시가렛 팬츠, 화이트 프림졸에 빈티지 퍼 코트를 매치한 연인의 시그너처 스타일은 놈코어의 원조라 할 만큼 동시대적이다.

1955 Salvador Dali & Gala Dali ☆

로댕에게 카미유 클로델이 있다면, 살바도르 달리에겐 갈라가 있다. 10세 연상의 갈라는 아내이자 뮤즈, 달리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능케 한 탁월한 에이전트였고, 이들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은 예술계를 넘어 패션 신에서도 아이코닉한 존재로 사랑받았다. 그들이 처음 만난 건 1929년이었다. 당시 갈라는 달리의 친구인 시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였지만,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달리 집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연상연하 커플은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갈라가 달리의 예술 세계에 깊은 영향을 끼치면서 그녀가 모델로 등장한 작품만 해도 상당수다. 현실 속 갈라의 외모는 잦은 성형으로 부자연스러운 ‘성괴(성형 괴물)’에 가까웠지만 작품 속에선 이상적인 미의 여신으로 묘사됐을 뿐 아니라, 1955년에 촬영한 이 흑백사진의 배경이 된 그림 ‘포트 리가트의 성모 마리아’에선 무척 성스럽기까지 하다.

2009 Madonna & Jesus Luz ☆

성모마리아와 예수. 아이러니한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잘 알려진 것처럼 2008년, 리우의 한 호텔에서 이뤄졌다. 포토그래퍼 스티븐 클라인이 화보 촬영을 위해 육감적인 브라질 모델을 물색하던 중, 무명의 모델 헤수스를 발굴했다. 강렬한 초록빛의 악어 같은 눈동자를 지닌 22세 청년과 수위 높은 화보 촬영을 마친 마돈나의 눈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시의적절하게도 그녀는 가이 리치와 막 이혼 절차를 마무리한 시점이었다. 석 달 후, 가난한 무명 모델은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있는 마돈나의 고급 맨션으로 거처를 옮겼다. 스무 살짜리 여자친구와 그를 발굴한 브라질 에이전트, 오랜 친구들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마돈나는 29세나 어린 새 연인을 위해 가이 리치와의 결혼생활에선 보기 힘들었던 가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 어느 때보다 영한 패션 스타일을 고수했지만(당시, 그녀가 가장 즐겨 입던 아이템은 트러커 햇과 트레이닝 팬츠였다) 연애는 15개월을 넘지 못하고 끝이 났다.

2007 kate moss & pete doherty ☆

다섯 살 차이의 케이트 모스와 피트 도허티가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2007년 봄, 피트 도허티가 프런트맨으로 있던 록 밴드 베이비셤블즈의 콘서트에서였다. 연애 기간 내내, 마약 스캔들이라는 불명예로 유쾌하지 않았지만, 연인의 패션만큼은 2007년, 전 세계 패션의 판도를 ‘브릿 록 시크’로 바꿀 만큼 강력했다. 나뭇가지처럼 가느다란 다리를 드러낸 스키니 진과 시크함이 철철 흐르는 배드 헤어의 케이트 모스는 전 세계 여자들이 맹신하는 헤로인 시크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너덜너덜한 화이트 티셔츠, 서스펜더를 매치한 스키니 진, 프레드 페리 피케 셔츠, 낡아빠진 첼시 부츠에 페도라를 눌러 쓴 피트 도허티는 에디 슬리먼의 완벽한 뮤즈로 추앙받음과 동시에, 전 세계 남자들로 하여금 다이어트를 감행하게 만들었다.

EDITOR 주가은

PHOTO GETTY IMAGES, 멀티비츠, REX FEATURES

ART DESIGNER 조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