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순위가 아직도 6위인 이유는?

안영준 2015. 10. 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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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순위가 아직도 6위인 이유는?

(베스트 일레븐)

“아직 6위로 되어 있네요?”
“예, 일부러 안 바꿨습니다. 하하.”

지난 8일, 인천 문학 경기장 내에 위치한 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집무실을 찾았다. 상·하위 스플릿이 정해지는 마지막 경기였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인천-성남 FC전. 마지막 순간 상위 스플릿 티켓을 놓친 김 감독의 눈물로 화제가 된 바로 그 날로부터 3일이 지난 뒤였다.

인천은 마지막 경기 전까지 6위를 달리고 있었다. 성남전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자력으로 상위 스플릿에 들 수 있던 유리한 처지였다. 하지만 후반 37분, 황의조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스플릿 분리 마지막 날 7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인천이 오랫동안 쥐고 있던 6위 자리는 전북 현대에 극적 승리를 거둔 제주 유나이티드의 차지가 됐다.

김 감독은 다행히도 그날의 아픔으로부터 많이 회복한 듯 보였다. “조성환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에게 가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내 눈물 때문에 다 나한테 왔다. 조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남은 다섯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라며 하위 스플릿행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집무실 한 벽면을 차지한 큰 화이트보드에서 인상적 부분을 발견했다. 이미 3일이 지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K리그 순위는 아직도 인천이 12승 9무 11패로 6위, 제주가 12승 7무 13패로 7위였던 것이다. 이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의 기록이 모두 빼곡하게 잘 정리되어있는 걸 보면, 김 감독이 실수로 깜빡한 것 같지는 않았다. 짓궂지만, 게시판 업데이트가 유독 이 경기 전에서 멈춘 점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질문을 듣고 유쾌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일부러 안 바꾼 것 맞습니다. 이 순위표는 성남전 치르기 바로 전날에서 딱 멈춰 있지요”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이어 “아쉬움은 확실히 접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하지 말아야죠. 미련을 털고 다음 경기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다만, 이번 같은 기회가 다시 또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열심히 훈련한 끝에 얻은 기회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기회를 놓쳤어요. 어쩌면 몇몇 선수들에게는 지난 성남전이 자신의 축구 인생서 상위 스플릿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6위(상위 스플릿은 6위까지 주어진다)였던 이 순위표를 쉽게 바꾸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분명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있었다. 그날의 아픔은 최대한 빨리 잊고, 남은 리그 일정과 오는 14일 열릴 FA컵 4강 전남드래곤즈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들이 고생해서 얻은 결과가 마지막에 바뀐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따라서 집무실 게시판으로나마 선수들의 노력을 치하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이미 일어난 결과를 애써 부정하고픈 미련함이 아니었다. 그건 제자들의 고생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의 애정이었다.

무엇이든 꼼꼼이 기록하고, 화이트보드 가득 빽빽이 글씨를 새겨 넣었음에도, 정작 제일 중요한 순위표의 업데이트는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인천의 집무실 게시판 속에서 인천의 순위는 여전히 6위다.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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