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기업 삼성전자·현대車마저 글로벌시장서 설자리 잃을 위기
◆ 기업發 경제위기 ⑥ ◆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이 2000년대 자체 기술 향상이 아닌 중국 특수로 인해 성장했던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들이 1등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투자나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수익성 또한 급격히 나빠졌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20대 그룹 주력 계열사 20곳 중 4곳은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10곳은 4년 이상 지금처럼 돈을 벌어야 부채를 갚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개사 중 14개사, 즉 3곳 중 2곳이 4년 동안 벌어도 지금의 부채를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이 투자분석사인 와이즈FN삼성그룹을 통해 삼성전자 등 자산총액 상위 20개 민간 대기업집단 주력 계열사의 올해 상반기 분기보고서 기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연간 단위로 환산해 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를 조사한 결과 현대자동차(11.3배)와 SK텔레콤(4.7배), LG전자(8.2배), 롯데쇼핑(23.8배), 포스코(19배) 등 20대 그룹 주력 계열사 10곳의 이 비율이 4배를 넘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반세기 이상 같은 수익이 나야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동부건설, 현대상선 등 4곳은 EBITDA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한국 대표 기업들을 살펴보면 메모리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다양한 기능을 집약한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만든 반도체로 여러 기능을 일괄 처리하는 한 단계 발전된 반도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총 1965억달러(231조6000억원)로 655억달러(77조2000억원) 규모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3배에 달한다. 시스템반도체 중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경우 2013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0.6%에 불과하다. 반면 1위 기업인 인텔의 점유율은 60.4%에 이른다. 이 시장 규모만 603억달러(71조2000억원)에 달한다. 휴대폰 1위 자리 역시 불안하다. 삼성전자 올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휴대폰 점유율은 2013년 26.8%에서 올해 상반기 21.4%로 감소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역시 2013년 31%에서 올해 1분기 23%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5개 휴대폰 업체의 점유율은 16.3%에서 22.6%로 증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위기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의 경우 중저가 제품군에서도 신모델 도입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전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며 시스템반도체도 거래처와 제품 다변화 등으로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거금을 본사 사옥 용지 매입에 사용한 점을 지적한다.
국내 조선 3개사들도 수익성 측면에서 점차 중국 기업에 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3조24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 대표 조선업체 중 하나인 양쯔지앙은 같은 기간 3억8100만달러(4500억원) 흑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471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3조원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여 있고, 삼성중공업은 18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조5480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조선 3사가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액은 7조5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직은 격차가 크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지난해 매출액은 290억달러(34조3000억원)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의 10배 가까운 덩치다. 영업이익도 50억달러(5조9000억원)로 아모레퍼시픽(5640억원)을 압도한다. 연구개발비는 아모레가 710억원인 데 반해 로레알은 10억달러(1조1800억원)에 달한다.
최대 시장인 미국 등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직은 브랜드에서 최고 수준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나 경제계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 역시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기 힘들다. 국내 대표 제약업체 중 하나인 한미약품이 지난해 영업이익 340억원을 기록한 반면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노바티스와 화이자는 각각 1조1680억원, 1조39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봤을 때 한미약품은 0.1%에 불과했고 노바티스와 화이자는 각각 6.2%, 5.99%에 달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매출 대비 20%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완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치료제 기술을 수출하는 등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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