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 '한 장의 사진'으로 결판난다.. 이번 訪美때는?
정부의 미국 관련 업무 관계자들은 지난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訪美) 때 일본 및 전 세계 주요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관광객을 통제한 채 아베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관계자는 "'미·일의 밀월'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보여줄 수 없었다. 이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본 외교 당국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까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고 했다.
다음 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우리 외교 당국도 '한 장의 사진'을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상회담의 내용물 못지않게, '한·미 동맹의 굳건함' '정상 간의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진 한 장이 방미의 성패(成敗)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9일 "최근 미국에는 '한국이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는 우려가, 한국에는 '미국이 일본과만 밀착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키는 것이 이번 방미의 큰 목적 중 하나"라며 "복잡한 회담 결과보다 때로는 '사진 외교'가 일반인들에게는 더 효과가 클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이런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미국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식 회담장 외 사적(私的) 공간에서의 회동에 대한 의견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을 담당했던 강형원 전 로이터통신 수석사진부장은 "회담장에서는 틀에 박힌 사진밖에 나올 수 없다. 새로운 그림은 새로운 공간에서 나오는데,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국 외교·의전·경호 당국 간의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진 외교의 성공 사례로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방미 때 워싱턴 인근 한식당에서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함께 웃으며 불고기를 먹던 장면을 꼽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5월 첫 방미 때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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