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커·'블프' 효과.. 살아나는 내수

나지홍 기자 입력 2015. 10.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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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경절 연휴인 1~7일 면세점 매출, 메르스 충격 벗고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세로 '코리아 블프'로 지갑 열어.. 대형마트·백화점 매출 늘어 "고용 시장 여전히 부진.. 소비 회복세 장담 못해"
9일 낮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와‘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4일)로 유통업체 실적이 호전되면서 국내 소비가 올여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상훈 기자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침체됐던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들의 귀환'에 반색하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였던 지난 1~7일 국내 면세점 매출이 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작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또 정부 주도로 2만7000여 유통업체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1~14일 열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소비가 메르스의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돌아온 중국인 관광객

롯데면세점은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전 점포 7곳의 매출 총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 이후 롯데면세점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윤희 롯데면세점 부점장은 "서울 명동과 가까운 소공점에 국경절 기간에 하루 1만명 이상이 찾아왔다"면서 "메르스 이전으로 회복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말 63%였던 중국인 고객 비중은 메르스 사태로 35%까지 떨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60%대로 회복됐다. 백화점 업계도 중국 국경절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중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고, 현대백화점(28.3%)과 신세계백화점(37.7%)도 큰 폭으로 늘었다.

'유커들의 귀환'은 다른 지표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크루즈 입항객 수는 메르스 사태 직후인 지난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70%로 급감했지만, 8월엔 -38%, 9월엔 -2.6%로 회복세를 보여왔다. 한·중 항공 노선 입국자 수도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25.7%로 떨어졌다가 9월엔 -1.1%까지 회복됐다. 10월엔 중국 국경절 특수에 힘입어 중국인 관광객 수가 메르스 사태 이전 수준을 넘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유커들의 지출은 국내 경제성장률과 직결될 정도로 커졌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작년 중국인 관광객 614만명이 1인당 2200달러를 우리나라에서 소비해, GDP(국내총생산)의 1%를 넘었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도 지갑 열어

국내 소비자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씀씀이를 늘렸다. 지난 1~8일 이마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문구·완구(20.1%)와 패션·레포츠(11.1%) 매출이 두 자릿수로 신장하며 전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올 10월은 개천절이 토요일이라 작년보다 공휴일이 하루 적은데도 매출이 올랐다"며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에 현대백화점 매출은 15.4% 증가했다. 권태진 현대백화점 마케팅팀장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여성 의류가 제일 잘 팔렸고(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 결혼 철을 맞아 가전용품 매출이 20.4% 증가하는 등 전 상품군에서 고루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 경기가 메르스 충격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실질 가계소득이 올 1분기부터 2분기 연속 2%대 증가하는 등 소득이 조금씩 늘어나는 데다,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같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내수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소비 회복세는 올 상반기에 부동산과 주식시장 상승으로 일부 자산 계층의 소비 여력이 커지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도 일부 반영됐다"면서 "가계소득의 원천인 고용 시장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에 소비 회복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 부문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연말에 끝나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소비 절벽'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는 내수가 다시 꺼지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한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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