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다 채우지도 못할 건데.. 美법원은 왜 징역 3300년을 선고하죠?

김수경 기자 2015. 10. 10.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英美법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입각.. 범죄자 격리 위해 징역刑 상한선 안둬 한국은 '인권 존중' 대륙법 정신 따라 징역 상한선 최장 50년으로 정해

지난 2일 미국 오리건 주 한 대학에서 9명을 살해한 크리스 하퍼 머서(26)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최소 9번의 종신형과 84년 징역형을 언도받았을 것이다. 오리건 주 법원은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자 한 명당 1번의 종신형을 선고해왔다. 머서가 갖고 있던 14정의 총기는 한 정당 징역 6년의 형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중범죄자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수백~수천 년의 징역형을 선고해왔다. 3년 전 한 영화관에 침입한 제임스 홈스(28)가 관람객에게 총을 난사해 12명이 숨지고 70명이 다쳤다. 미국 법원은 지난 8월 홈스에게 12번의 종신형과 징역 3318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사망한 12명 몫으로 12번의 종신형, 부상당한 70명에 대한 살인미수로 3312년의 징역형과 함께 폭발물 소지죄로 6년을 더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13년엔 네 살과 열 살짜리 여자아이를 수십회 성폭행하고 동영상을 찍어 보관한 데이비드 로벤(당시 60세)에게 6번의 무기징역과 1000년이 넘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6번의 무기징역은 아동성폭행과 아동포르노를 만든 죗값이고, 징역형은 사실이라고 인정된 성범죄 88회별로 최고형을 택해 합하면 1000년 이상이 나온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美 법원엔 징역형 상한 없어

미국엔 원칙적으로 유기징역의 상한선이 없다. 그래서 수백 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문의하니 "우리나라는 유기징역형을 최장 50년으로 정하는 반면,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상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징역형의 상한선을 두는지 여부는 범죄자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독일법을 비롯한 대륙법 계통을 따르는 나라에는 대개 상한선이 있는 반면, 영미법 계통의 국가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륙법에서는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징역형의 상한을 두고 있다"며 "대륙법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형법도 이 원칙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고 했다. 그는 "영미법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원칙에 따라 범죄자를 오랫동안 가둬 놓아야 나머지 사회구성원들의 불안을 없앨 수 있다는 전제하에 판결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법률 용어로 '상상적(想像的) 경합(競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천 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로 여러 가지 죄가 발생했을 때 그중 가장 무거운 범죄의 형으로 처벌하는 제도다. 거리에서 총을 쏴서 사람이 숨지고 뒤에 있던 차가 망가졌다면, 상상적 경합을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을 규정하는 살인죄로만 처벌하고 다른 죄목은 살인죄에 흡수된다. 하지만 미국에선 살인죄와 손괴죄, 총기소지죄 등 여러 범죄의 형량을 모두 합해 계산한다.

重罪에 '가석방 불허' 의미도

수천 년형은 죄가 무겁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태인 경남대 법정대학 교수는 "징역 1000년형을 선고할 경우 현실적으로는 무기징역이지만, 선고의 무게가 다르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서철원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종신형은 가석방이 가능한 반면 1000년형을 받으면 절반으로 형량을 줄이더라도 500년형이 된다"며 "살아서는 절대로 감옥에서 나올 수 없다는 뜻이 들어 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