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 정부에 있어"
"먼저 실물 공개해야"…소장자 배씨 "1천억원 받고 헌납하겠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익기 씨가 국가가 1천억원을 주면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가운데 문화재청은 상주본 소유권이 정부에 있어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11년 6월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은 조용훈 씨가 이듬해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면서 "소유권이 정부에 있는데 돈을 주고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소유권을 가져가면 그때 가서 매매든 기증이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배씨에게 실물을 공개하면 상태를 확인해 보존처리를 지원하겠다고 꾸준히 설득했지만 실물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배씨는 이날 "문화재청에서 자꾸 연락이 와서 발목을 잡아당기니 내가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최소 1조원의 가치가 된다고 문화재청이 계속 얘기해 왔으니 1할(10%) 정도는 남겨놓으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대상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2008년 7월말 경북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으로 불린다.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어졌지만 상태가 좋고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 소리 등에 대한 연구자의 주석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주본은 세상에 알려졌을 때부터 줄곧 배씨가 보관해 왔다. 하지만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던 조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쳐간 것"이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유권을 확정받았다.
배씨는 2011년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10년 징역형을 내렸으나, 2014년 대법원은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법원이 소유권자로 인정한 조씨는 사망했고, 배씨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절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배씨는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도 상주본의 존재만 확인해줄 뿐 행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배씨의 집에 화재가 일어나 상주본의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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