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년 전 "국정화, 자유주의 훼손" 이번엔 "국가·국민 안위 위한 것"

정환보·유정인 기자 입력 2015. 10. 9. 22:43 수정 2015. 10. 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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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책 보고서

새누리당이 2년 전 자체 발간한 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정 교과서’ 단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로 초읽기에 들어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의 논리적 허구성도 다시 명확해졌다.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2013년 11월 작성한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 보고서는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교과서 국정화와 문제의식·현황분석은 동일했지만 ‘검정 체제 강화’라는 정반대 결론을 제시했다. 보고서 발행 당시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은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 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어서 ‘말 바꾸기’ 논란도 예상된다.

이 보고서는 전체 분량의 50%를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주제별 분석’에 할애했다. 보고서는 일부 교과서 기술에 대해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북한 역사인식의 여과 없는 수용’ 등을 문제 삼는 등 최근 당정이 외치는 국정화 전환 추진 논리와 대동소이한 분석도 내놓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해법’ 부분이다. 가장 먼저 ‘교과서 국정제’의 장단점이 모두 검토됐다. 장점으론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과목의 경우 국정제가 가치관 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소개됐다. 하지만 단점으로 “국정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다” “자칫 치우친 이념 홍보로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다” 등 근본 문제점을 제시하며 비중을 더 뒀다.

“편향된 역사교육으로 (아이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불신·불만 속에 사회에 진출한다” “정치적 편향으로 왜곡되는 지금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정화를 주장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논리와 180도 반대되는 이야기다. 당내에선 국정화를 두고 “국론통일을 위한 ‘국민통합 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한 일”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자유민주주의 훼손’과 ‘정치적 편향’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미 2년 전 당 정책연구소에서 공식 제기됐는데도 이를 아예 폐기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국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권위주의 내지 독재국가”라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검정제를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45쪽). 그러면서 “검정제로 발행한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가 내용·제작 기술면에서 국정제 ‘국사’보다 질적 수준이 제고되었다는 평가가 있다”며 검정제를 선호했다. 결론으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교과서의 중립성을 높이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 시행령인 대통령령 중심으로 교과서 발행제도가 운영되는 점을 지목하며 “헌법에서 정한 ‘교육제도 법률주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정교과서보다 정부개입 수준이 현저히 낮은 현 제도에서도 ‘대통령령 일임’이라는 형식 때문에 “정부에 의한 독단적인 결정이 발생할 경우 제어할 방법이 없다(49쪽)”고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으로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된 교과서 전담 상설 기구(가칭 교과서위원회)를 설치해 검인정을 강화하되, 제반 사항을 국회가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정환보·유정인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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