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만명 시대..일감 찾기 백태

홍재원 기자 입력 2015. 10. 9. 22:15 수정 2015. 10. 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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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검찰 통지서 '수취대행'악성 댓글 모아 '소송 대리'도

‘변호사 2만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호사들의 일감 찾기 노력이 눈물겹다. 새로운 업무와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최근 ‘기발한’ 법률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모델은 성매매 등과 관련한 검찰 통지서를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신 받아주는 일종의 ‘우편물 수취대행 서비스’다. 한 변호사는 9일 “성매매 등 성범죄 관련 검찰 수사대상이 되면 가족들에게는 숨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검찰 통지서 등 각종 서류가 집으로 날아오지 않도록 변호사가 나서서 대신 받아주는 업무를 사실상 전담하는 사무실이 서초동에만 4~5곳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등으로 적발돼도 통상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약식기소에 따른 벌금형 등이 대부분이다.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는데도 ‘기소유예’ 등을 받아달라는 명분으로 변호사를 고용하는데, 알고 보면 사건 관련 우편물이 집으로 배달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런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일부 변호사사무실은 인터넷카페 등에서 은밀하게 상담을 벌이고 있으며, 건당 수백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변호사는 디지털시대에 맞춰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에 주력하기도 한다. 거친 댓글을 모아 누리꾼들의 ‘공격 대상(피해자)’에게 보여준 뒤 소송 대리를 맡는 형태다. 누리꾼 대부분은 소송을 내겠다는 내용증명 우편만 받아도 일정금액을 내고 피해자와 합의하기 마련이어서 변호사로서는 패소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일정한 수임료를 챙길 수 있다.

최근엔 대형 로펌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 굵직한 사건에 연루된 ‘힘 있는’ 사람들이나 재벌·대기업을 대리했다면 최근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폭스바겐 차주들의 집단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 대표적인 예다. 법조계는 바른의 소송 참여에 ‘의외’란 반응이 많다. 폭스바겐 소송이 굵직한 사건인 건 맞지만 소비자를 대리하는 소송은 대형 로펌들이 그동안 피해왔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은 주로 국내외 대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잠재적 기업고객 확충을 위해서라도 소비자 쪽을 대리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바른의 이번 소송 참여는 달라진 로펌 환경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라진 법조계의 경쟁체제는 일반 법률 소비자들에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 맞춤형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무분별한 수익 창출 시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수감된 유력 인사에게 고용돼 구치소나 교도소 면회를 전담하는 ‘접견전문 변호사’가 대표적인 예다. ‘집사 변호사’로도 불리는 이들 접견 변호사는 암암리에 일부 젊은 여변호사들의 수익모델로 떠올랐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징계대상이 됐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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