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확보하려?.. 부쩍 늘어난 경범죄 단속

권구성 입력 2015. 10. 9. 19:56 수정 2015. 10. 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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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5만7832건.. 1년새 1.7배 ↑법 개정돼 범칙금 부과도 가능2012년 10억→ 2014년 50억경찰, 신고받고 단속했다지만위반사례 증가 근거 배경 부족모호한 기준에 이의 제기 늘어

박근혜정부의 경범죄처벌법 개정 이후 경범죄 단속 건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경찰청의 ‘경범죄처벌법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경범죄 단속은 15만7832건으로 2013년의 9만330건보다 1.7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경찰은 모두 7539건의 노상방뇨를 단속했다. 전년도인 2013년 경찰에 적발된 노상방뇨는 4660건으로 한 해 사이에 정부가 집계한 오줌싸개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사람’의 지난해 단속 건수는 1만7427건에 달한다. 이와 유사한 ‘음주소란’은 2만4165건이 단속됐다. 경찰이 주로 단속한 경범죄는 ▲오물투기 ▲음주소란 ▲인근소란 ▲노상방뇨였다.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기존의 즉결심판 외에도 경범죄 위반자에게 범칙금만 부과하는 처벌조항을 신설했는데, 지난해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은 경범죄는 13만1961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단속된 전체 경범죄 사건의 83%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 결과 경찰이 지난해 경범죄 범칙금으로 부과한 액수는 2012년 10억원대에서 5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경찰의 엄격한 경범죄 단속은 기초질서 확립과 선진 시민의식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경범죄처벌법 조항이 ‘함부로’, ‘몹시’, ‘지나치게’, ‘억지로’와 같은 모호한 문구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경범죄처벌법 3조는 ‘못된 장난 등으로 다른 사람, 단체 또는 공무수행 중인 자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업무방해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다노출에 대해서는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못된 장난’이나 ‘가려야 할 곳’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단속에 걸린 시민들의 반발을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경범죄 판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범죄 범칙금 통지에 불응해 정식재판에 회부된 사례는 모두 554건이었다. 2013년 289건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범칙금 부과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경찰이 기초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목적 대신 세수 확보와 같은 정치적 이유로 경범죄 단속에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민의식에 맡겨야 하는 경범죄를 지나치게 단속하는 것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이라며 “심각한 사회질서 사범은 처벌을 해야겠지만, 지나친 단속으로 국민의 주머닛돈을 걷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인천아시안게임이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같은 행사들이 있어서 생활질서 확립 차원에서 집중 단속기간을 운영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범죄 적발 건수가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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