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최경환 개입' 진술했는데도 감사원 '최경환' 숨겨

2015. 10. 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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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감사원 ‘중진공 채용비리’ 핵심 은폐의혹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특혜 채용’ 외압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 청탁 인물을 최 부총리로 특정하는 대신 ‘외부’라고 표현한 이유로 “서로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조사 과정에서 “최 부총리가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박철규 전 이사장과 “청탁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 김범규 전 부이사장의 진술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감사원 감사 보고서 문답서’를 열람한 결과, 최 부총리의 청탁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더 중요한 진술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 감사원이 ‘실세’인 최 부총리를 의식해 조사 결과를 왜곡했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사람의 진술만 가지고는 (청탁한 이를 특정)할 수 없다”고 한 황찬현 감사원장의 발언은 신빙성을 의심받게 됐다.

‘정권실세’ 의식 조사결과 왜곡 가능성
“한 사람 진술만으로 특정할 수 없다”
황찬현 감사원장 발언 신빙성 도마
이사장한테 ‘최경환과 면담 내용’ 들은
중진공 운영실장이 구체 증언했지만
“그런 이야기 안해” 이사장 부인에 묵살

더욱이 감사원에서 최 부총리의 청탁 사실을 밝힌 권아무개 운영지원실장은 2013년 8월1일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국회에서 만나고 돌아온 박 전 이사장으로부터 최 부총리와 나눈 이야기를 직접 들은 인물이다. 또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을 맡아 전후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김 전 부이사장은 “최 부총리는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인턴 출신인 황아무개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고 말하면서 ‘내가 장가까지 보낸 아이’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증언했다. 김 전 부이사장은 이 사실을 박 전 이사장과 최 부총리와의 면담 이튿날인 8월2일, 권 실장으로부터 전해들었다. 박 전 이사장으로부터 면담 내용을 직접 들은 당사자인 권 실장이 감사 과정에서 한 진술과 비슷한 내용이다.

감사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박 전 이사장은 감사를 받으며 “최 부총리를 만났으나 도저히 황씨가 부적격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고, 최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중진공에 돌아와선 자신의 판단으로 황씨를 채용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전 이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권 실장에게 최 부총리의 발언을 전달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권 실장이 그렇게 기억하는 건 잘못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부이사장 외에도 권 실장까지 최 부총리의 채용 청탁을 증언했는데도, 감사원이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는 것은 미심쩍은 대목이다.

또한 감사원은 박 전 이사장이 최 부총리와의 면담 내용을 권 실장과 한자리에서 들은 박아무개 인사팀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봐주기 부실감사라는 논란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은 박 팀장에게 관련 사실을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 자료에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만약 감사원이 권 실장과 동석했던 박 팀장에게도 이를 물었다면, “청탁이 없었다”는 박 전 이사장의 말을 뒤집는 결정적 증거를 더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승준 김지훈, 세종/김소연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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