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비켜간 메르켈..무념하게 난민해법 매달릴 듯

2015. 10. 9. 19: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연정 이끌며 국제적 역할 확대 주목..'영원한 후보'

대연정 이끌며 국제적 역할 확대 주목…'영원한 후보'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2015년도 노벨평화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켜갔다.

발표 직전까지 도박사이트 최저 배당률을 기록하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그다.

그러나 수상의 행운은 달아나고 날개를 달 뻔했던 메르켈은 아쉬움을 지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물론, 애초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거리를 뒀다. 분명하지도 않은 예측을 두고 현실정치인으로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신중한 처신으로 유명한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독일 언론도 미리 요란을 떠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수상자 발표 이후에도 반응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 자신은 이미 지난 7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제1공영 ARD TV '안네 빌' 토크쇼에서 관대한 난민 정책과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 노력에 힘입어 자신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꼽히는 데 대해 "다른 할 일이 많다"고 무념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다음 달이면 집권 만 10년을 맞는 메르켈 총리로선 이번 수상 실패가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8∼2009년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 이후 난민 위기라는 최대 강적과 씨름하는 때라서 더 그렇다.

메르켈 총리는 구동독 지역과 집권 대연정의 원내 단일세력인 기독사회당(CSU)의 공격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 묻지마 수용' 같은 관대한 난민 정책이 독일에 과중한 부담을 안긴다는 그러한 비판 여론은 메르켈 내각의 난민 정책을 흔드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관대한 난민 정책의 도덕적 보증수표가 될 수 있었던 노벨평화상은 난민 위기와 해법을 유럽, 나아가 세계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그에게 천군만마 같은 축복일 수도 있었다.

일각에선 다만 동전의 양면처럼, 메르켈 총리가 수상했다면 그의 정책 선택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원군으로만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따른다. 최근 들어 관대한 포용에서 제한적 관리로 흐르는 독일의 난민 정책 방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메르켈 총리가 유력한 후보로 거명된 이유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역시 이번 수상 실패와 관계 없이 그에게 여전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의 중재 노력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이 함께 하는 노르망디 포맷이 가동되고 민스크 평화협정이라는 가시적 성과가 나왔지만, 협정의 이행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자국의 고토 복원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차단이라는 절대적 명분이 작용하는 이 문제는 난민 위기와는 또 다른 고차방정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시리아 난민 대량 발생의 근원적 요인인 시리아 내전 해법에서 독일의 외교적 노력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일 통독 25주년 기념연설에서 시리아 내전에 세계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러시아의 협조 없이 내전을 끝장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대응보다 정치적 접근에 무게를 두는 메르켈 총리가 앞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떠한 방식으로 이 현안을 다뤄나갈지 눈길이 가는 배경이다.

그리스 경제위기 대응, 그리고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원심력 차단 및 통합 심화는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또 다른 사안들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메르켈 총리의 평화 기여에 한몫한 이란 핵문제 타결은 그나마 완성형 과제로 분류된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과 함께 이란을 상대한 이 협상틀은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독특한 위상을 보여준 상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과거사 참회를 통한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과 EU 통합 속에서의 통일 달성은 독일에 P5에 준하는 리더십을 안기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로까지 가는 길을 터주지는 않고 있다.

독일의 국제사회 지도력은 태생적으로 EU와 나토 등 집단 블록화 권력을 통해서만이 극대화될 수 있는 상보성을 갖는다. EU와 나토 없는 독일은 공허하며, 독일 없는 EU와 나토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은 그래서 유효하다.

EU의 유럽 질서가 없었다면 독일은 자국의 경제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유로화 혜택과 수출 경쟁력 보강이라는 선물을 받지 못했을 것이며, 경제 위기와 난민 사태에 따른 국가 간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U는 201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내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국을 맡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다시 유럽 평화와 집단안보의 완충 역할이 주목되는 이 기구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 2017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에 올라 세계 경제대국으로서의 지도력을 시험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독일을 향한 국제적 역할 확대 주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독일 대연정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가 이들 도전과 기회를 세계평화 증진에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최대 난제인 난민 위기 대응과 함께 이들 과정을 통한 메르켈의 리더십 발현은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계속 꼽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가 1971년 신동방정책을 통해 냉전 완화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빌리 브란트 전 총리에 이어 독일 총리로는 두 번 째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uni@yna.co.kr

☞ 아이폰6s,23일 국내출시…아이폰6보다 10만원↑
☞ "구제불능"폭언에 체벌…경남 사립초교사 해임
☞ 사회복무요원 소집 불응한 30대 항소심도 실형
☞ 佛 열차테러 막은 美 영웅 고향서 흉기 찔려
☞ "개에 물리고 성희롱 시달려"…통계청 조사원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