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중립성 흔들려선 안된다"고 리포트 내놓고선..

이도형 2015. 10. 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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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연구원 2년 전 '검인정제' 지지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둘러싼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2013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그해 하반기 보수 입장을 반영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로 ‘1차 역사전쟁’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7월 국민대통합위 1차 회의에서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9월 국무회의에서는 논란 해소를 위한 대책을 교육부에 지시했다. 새누리당도 집권여당으로서 교과서 문제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독재 편향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새누리당은 국정화보다 검인정 강화라는 ‘우회로’를 택해 돌파하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 박 대통령이 국정화 추진을 지시하자 여당은 2년 전과 달리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與 “편향성” 제기한 검정교과서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를 국정으로 전환하는 정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여권이 편향성을 제기한 검정 교과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가운데), 두산동아, 금성출판사, 미래엔이 펴낸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이들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는 2013년 수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연합뉴스
◆교학사 교과서 논란 후 여연 리포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이라는 62쪽짜리 정책리포트를 발간했던 2013년 11월은 교과서 논쟁이 한창이었을 때다. 그해 8월 국사편찬위는 8종의 고교 역사 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켰다. 이 중 보수 성향 필진이 작성한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독재 편향 시비를 불러 전국 고교 내에서 채택이 어려워졌다. 새누리당은 “진보진영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반향을 얻지 못했다. 보수 성향 교과서 채택은 물론 국정화 전환도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에서 여연의 리포트가 나온 것이다.

여연은 홈페이지에 지금도 남겨놓은 이 리포트에서 교학사 교과서 이외 다른 교과서에서도 편향된 서술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즉 우편향 서술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북한의 역사인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좌편형적’ 행태 등이 많다는 것이다. 또 국정화에 대해 ▲이념적 갈등 표출 부분에 대한 적절한 관리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 일관적 구현 ▲교육권 제약 문제 방지 등의 장점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이 국정화 전환 논리로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는다”의 이론적 토대가 이때를 기점으로 형성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여연은 동시에 국정화의 단점으로 ▲하나의 관점 강요 가능성 ▲특정 정권 치적 미화 ▲국가주의 편향 심화 등을 꼽았다. 결국 이런 점과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해 국정화 대신 검인정 강화가 바람직하다는게 리포트의 결론인 셈이다.

◆“집권당답지 못해”… 위헌시비 일 수도

여연은 리포트 내 ‘교과서 논쟁의 해법 모색’ 단락에서 “정치적 이슈로 확대돼 공교육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교육 문제에 있어 정치적 편향성을 띠는 대립은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국정화 드라이브’가 2년 전 여연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9일 통화에서 “이념논쟁을 부각하는 것은 집권당답지 못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국정화 강행 시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구) 교육법 157조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에서 “국가의 국정교과서 발행권은 학년과 학과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며 “국사의 경우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에서 정한 정사만을 노출시키는 것은 국민의 사상의 자유에 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당은 즉각 국정화 보다는 좌편향된 획일화 교육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선형·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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