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넘치는 한국 재래시장, 일본에선 사라진 풍경

박석원 2015. 10. 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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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진작가 시마다 사토시씨

도쿄서 '서울의 시장' 전시회 열어

"소주병 든 아저씨와 기 센 아줌마… 인간 본모습 볼 수 있어 편안해져"

일본사진가협회(JPS) 상무이사인 시마다 사토시씨가 촬영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 시마다 사토시 제공

“활기 넘치는 동대문시장, 녹두전을 집어주며 큰소리로 떠드는 광장시장 아줌마, 눈앞에 확 펼쳐진 놀라운 규모의 노량진수산시장…. 한국의 시장에 가면 원초적 활력이 느껴집니다. 일본은 깔끔한 슈퍼마켓이 많아 사람에 대한 향수 같은 걸 느끼기 힘들어졌습니다.”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거리 한복판에서 ‘서울의 시장’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연 일본 사진작가를 찾아갔다. 일본사진가협회(JPS) 상무이사인 시마다 사토시(島田聰)씨는 8일 기자를 만나 “사람과 사람이 신선한 상품들이 쌓인 곳에서 마주하고 붐비는 시장에는, 노스탤지어나 전근대성이란 말로 정리하기 아까운 그 무언가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사진전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시장이 그렇습니다. 관람객들이 사진만 봐도 생생한 현장이 서울로부터 직접 전해지는 것 같다고 열광합니다.”

일본 사진작가 시마다 사토시씨가 촬영한 서울 광장시장의 한 상인의 모습.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사진전문학교를 따로 졸업한 30년 경력의 작가다. 주로 어린이와 꽃을 촬영해왔는데 2003년엔 일본의 700가지 전통색조를 테마로 칠레에서 작품전을 할 만큼 세계적으로 활동한다. 한국에선 강원 영월의 동강 사진박물관 축제 때 감독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미술사를 탐구하러 경주나 부여를 가끔 갔습니다. 그러다 3년 전부터 서울의 시장을 찍기 시작했고 ‘목숨을 바칠 정도로(一生縣命)’치열하게 일하는 시장 풍경에 매료됐지요. 휴머니즘이라고 할까… 일본에선 점점 사라지는 모습들이라 반년에 한번씩 방한해 촬영했습니다.” 전시된 사진들은 동대문시장에서 몸의 세배쯤 되는 옷 보따리를 짊어진 아줌마, 젊은 여성이 액세서리 진열대를 눈에 불을 켜듯 쳐다보고 반대편 점원은 침을 삼키며 주시하는 장면, 돋보기 안경을 코에 중간쯤 걸친 채 책을 보며 왜 손님이 안 오는지 살피는 상점 주인, 머리에 야식 쟁반을 이고 지나가는 아줌마 같은 것들이다.

굳이 한국의 시장을 찍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의 슈퍼마켓은 대부분 깔끔하게 포장된 물건을 바구니에 넣고 ‘삑~’하는 바코드 소리가 나면 계산 끝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거래하고 오고 가는 다양한 소통과정은 슈퍼에선 경험하기 힘든 것들입니다. 한국엔 아직도 큰 규모의 시장들이 있고, 소주병을 든 술 취한 아저씨, 건강하고 기가 센 아줌마들, 흥정하다 비싸다고 싸우는 광경 등 인간의 실제 모습들이 다 나오니 오히려 인간으로서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나 할까요.”

그는 “요즘 옆집 이웃 얼굴도 모르는 시대가 아니냐”며 “다른 인간들의 사는 모습을 보려면 시장에 가면 된다”고 했다. 한국인이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모습들에 의미 부여하는 그를 보면서 섬찟하리만큼 정갈하게 정돈된 도쿄의 전통시장들이 떠올랐다.

내친김에 사진작가 세계의 한일 차이를 물었다. “한국 사진가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면이 강하고 일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고 기록하려 합니다. 주관적 아트를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리얼리즘 쪽이지요.” 그와 헤어지면서 스마트폰이 보급된 요즘 일반인도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좋아하는 것을 찍으세요, 그런 마음이 생기면 바로 찍으세요.” 이어 “일단 찍은 뒤 피사체에 더 다가가 필요 없는 것들은 제외하고 담고 싶은 메시지에만 집중해 또 찍으라”고 조언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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