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경찰들의 읍소 "강남라인 빼주세요"

박윤예 2015. 10. 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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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많이 다루며 승진 유리해 선호도 높았지만 이젠 기피조용한 경찰서 희망 늘어..'달관세대' 청년 가치관 맞닿아

“‘강남라인’ 선호현상은 옛날 얘기입니다. 사건이 많아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승진에도 유리하지만 요즘 ‘신입’들은 일 없고 조용한 경찰서를 더 희망하죠.”

요즘 2030세대 젊은 경찰들을 바라보는 선배 경찰 입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강남·서초·송파경찰서 등 이른바 ‘강남라인’ 경찰서들은 젊고 유능한 경찰관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강남라인 업무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범죄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0개 경찰서 중 서울 강남경찰서 관할 사건은 2만1092건으로 부천 원미경찰서(2만1196건)에 이어 전국 2위다. 송파경찰서는 관할에서 2만28건의 범죄가 발생해 3위를 기록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강남서는 특히 사기와 같은 경제범죄 발생 건수나 그 피해 금액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른 일선서보다 최소 2배 이상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 경제범죄수사과 7팀의 경우 1년에 처리하는 사건 건수가 1만건이 넘고, 수사관 1명당 처리 건수도 100건 이상이다.

이처럼 일이 많은 곳을 기피하는 것은 ‘달관 세대‘ 혹은 ’사토리 세대‘(돈과 출세에도 욕심이 없는 일본 청년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변화한 가치관도 맞닿아 있다.

격무에 시달리더라도 일찍 승진하려던 선배 세대에 비해 비교적 사건이 적은 경찰서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하며 승진욕심과도 거리를 두는 신입 경찰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강남서 관계자는 “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할 경우 일선 경찰서보다 승진 기회가 줄어들지만, 파출소·지구대 근무를 희망하는 젊은 경찰들이 많다”고 전했다.

높은 집값으로 강남권 거주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강남라인 기피의 한 원인이다.

이밖에 박근혜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경찰 정원 역시 강남라인 기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연평균 4000명씩 5년간 경찰인력 2만명을 추가 증원키로 하면서 마구잡이식 인원 확충이 이뤄지고 직업의식이 부족한 신입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3 경찰백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기존채용(연평균 3000명) 이 외에 매년 4000명씩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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