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급 괴력' 조상우가 불러온 역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15. 10. 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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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카드' 지난 7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뽐낸 넥센 필승 계투 조상우.(자료사진=넥센)
넥센의 필승 계투조는 3명이다. 맏형 손승락(33)과 한현희(22)와 조상우(21)다. 이들은 최근 3년 넥센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선발진이 빈약한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던 이유였다.

다만 이들의 보직은 가을야구에서는 무의미해진다. 마무리는 손승락이지만 가장 먼저 등판할 수 있고, 조상우와 한현희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상대 타자와 점수 차, 누상의 주자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난해부터 그랬고, 올해 SK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도 3명의 순서는 정규리그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조상우가 가장 나중에 등판하는 게 넥센으로서는 유리하다. 가장 구위가 좋기 때문인데 역설적으로 나머지 2명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까닭이다. 왜 그럴까.

▲SK, 조상우 이후 한현희 집중 공략

영웅군단의 필승조 3명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빠른 공이다. 시속 150km 안팎의 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른다. 구원 투수의 덕목을 갖추고 있다.

다만 최근 구위는 조상우가 가장 좋다. 100kg의 거구에서 뿌려대는 150km 이상의 공은 워낙 빨랐던 데다 가을 들어 묵직함까지 갖췄다.

지난 7일 SK와 WC 결정전에서 조상우의 직구는 난공불락이었다. 복판 높게 몰려도 SK 타자들은 힘에서 밀렸다. 9월 MVP 정의윤과 142억 FA 듀오 최정, 김강민 등 힘 좋은 타자들이 때렸지만 뻗지 못했다. 조상우는 최고 구속 154km를 찍으며 3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5-4 연장 11회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놨다.

'상우야, 우리가 먼저 나갈게' 조상우와 함께 넥센의 필승 계투진을 이루는 손승락(왼쪽)과 한현희.(자료사진=넥센)
하지만 넥센으로서는 이게 고민이 될 수 있다. 조상우의 공이 워낙 좋아 상대적으로 손승락, 한현희의 구위가 떨어지게 보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까닭이다.

조상우의 속구가 눈에 익은 상대 타자들이 이후 등판하는 투수들의 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구나 제구가 주무기인 다른 스타일의 투수라면 모를까 같은 강속구 투수라 생기는 고민이다.

실제로 SK와 WC 결정전에서 조상우 다음으로 등판한 한현희가 그랬다. 이날 한현희의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사이드암 투수가 뿌리는 140km 후반대의 속구는 사실 공략하기 어려운 공.

그러나 조상우의 압도적 구위에 숨도 못 쉬던 SK 타자들은 한현희로부터 11회 1이닝에만 안타 3개를 때려냈다. 그것도 모두 정타였다. 한현희는 1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에 폭투까지 1개를 던지는 등 고전했다. 이날 중계를 맡았던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조상우의 공에 익숙해진 SK 타자들이 한현희의 공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센, 과연 언제 조상우를 투입할까

넥센은 연장 11회말 브래드 스나이더의 동점타와 상대 끝내기 실책으로 5-4 끝내기 승리를 거두긴 했다. 그러나 필승조 한현희의 실점은 불안감으로 남았다.

사실 조상우의 8회 등판은 필연적이었다. 3-3 팽팽하게 맞선 승부처였다. 넥센으로서는 조상우로 경기를 끝낼 심산이었다. 다만 넥센 타선도 상대 필승조에 밀려 8~10회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승부가 연장으로 갔다. 49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를 4이닝째 올릴 수는 없었다. 11회 한현희가 뒤를 이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던지면 더 빠를까'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오승환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묵직한 공을 뿌렸던 넥센 조상우.(자료사진=넥센)
SK와 WC 결정전 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조상우는 구위가 현재 제일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8~9회에 쓸 생각"이라면서도 "꼭 마무리라고 표현하기는 그렇고, 승부처가 되면 7회에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만약 조상우가 7회에 등판한다면 넥센은 반드시 점수를 내 9회 안에 경기를 끝내야 한다. 만약 WC 결정전처럼 승부가 연장으로 간다면 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한현희나 손승락 등 조상우 뒤에 나올 투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두산으로서는 조상우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끌어내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염 감독은 한현희에 대해서는 "워낙 좋은 멘탈을 가져 처음을 어렵게 시작하는 게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센의 조상우 카드가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언제 어느 상황에 쓰일까.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포인트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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