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국립국어원장 "세대간 언어 단절 우려"

2015. 10. 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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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 한수진/사회자: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않기에 백성이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도 자신의 뜻을 펼칠 수가 없어서 한글을 만들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세종대왕이 밝힌 한글을 창제한 이유입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자 한글 덕분에 말이 달라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국민은 이제 없습니다. 바로 오늘이 제 569회 한글날입니다. 국립국어원 송철의 원장 모시고 한글날의 의의와 현대사회의 언어 습관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안녕하세요. 국립국어원장 송철의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립국어원 낯설어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요. 국립국어원 어떤 일들을 하고 있습니까?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저희 국립국어원은 국어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언어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춤법 표준어 등 어문을 정비하고 국민의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방안들을 간구하고 국어사전 편찬에서 어휘를 정리하고 국어사용 환경을 개선하는 그런 일들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원장님께서 취임하신지 5개월 정도 되셨다고요? 취임하면서 쉽고 편한 우리말을 목표로 삼으셨다고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네 그렇습니다. 우리말을 쉽고 편한 언어로 가꿔나가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대개 두 가지를 생각하는데요. 하나는 어문집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들을 표준어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또 기본과 표준을 현실화 하겠다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국민과 함께 완성하게 될 개방형 국어책 대사전을 편찬해서 우리말을 어휘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하실 일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원장님 저희가 역사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우리말과 글을 잘 지켜왔다는 것은 참 자랑스러운 일이죠?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오늘 한글날도 바로 이런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자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날인데 한글날이 왜 10월 9일일까 이것도 궁금해 하시는 분도 있어서요. 한 번 여쭤볼게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한글날은 아시는 것처럼 한글,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잖아요. 기록에 의하면 한글이 반포된 날은 1446년 음력 9월 9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력 9월 9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9일이어서 이 날을 한글날로 정하게 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원장님, 요즘 우리말과 글 참 자랑스럽다고 하면서도 살피다 보면 염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많이 있는데요. 원장님은 어떠세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요즘 우리말, 지금까지 우리말을 잘 가꿔왔습니다만 일부에서 엄청나게 축약된 말을 쓴다든지 다른 세대들과 소통되지 않는 외래어 같은 걸 쓴다든지 그런 부정적이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특히 외계어 같은 경우는 세대 간에 소통도 잘 되지 않는 그런 측면도 있어서 걱정스럽던데요. 가령 낫닝겐, 낄끼빠빠 이런 말들이 있다는데 혹시 이런 말 원장님도 아세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뜻은 아시고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낫닝겐은 인간이 아니다 라는 뜻이라고 하고, 낄끼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 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런 말들이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한 신조어 목록에 혹시 들어있습니까?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아직은 안 들어있을거라고 생각되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아직은 안 들어있고요? 제가 가끔 보면 매해 신어를 발표하는데 취지가 뭔지 궁금한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약혐이라는 이런 단어, 약간 혐오스럽다, 이런 단어는 포함이 돼 있는 것 같더라고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래서 우선 신어를 발표하는 취지는 서너 가지를 얘기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우리말 어휘를 그때그때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어원이기 때문에. 그리고 둘째는 신어를 통해서 당대의 언어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면이 있거든요. 그리고 셋째로는 언어 연구에 귀한 자료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그런 취지가 있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저희가 기준을 가지고 신어를 선정하고 합니다만 언어 관련된 기준이라는 것이 아주 명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준에 따라서 신어를 선정해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게 됩니다. 또 여러 사람이 작업을 하다 보니까 기준적인 일관성이 부족한 면도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이게 반드시 표준어라는 뜻은 아닌거죠?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죠. 신어는 글자 그대로 새로 등장한 언어라는 뜻이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단어라는 뜻은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아까 기준에 대한 말씀도 하셨지만 약혐, 약간 혐오스럽다, 이건 포함이 되고 또 극혐, 극도로 혐오스럽다, 이건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의아한 측면도 있던데요. 어쨌든 선정하는 기준이라는 측면에서는 일관성에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군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네. 극도로 혐오스럽다라는 말이야 말로 혐오스러운 언어이니까 단어이니까 제외한 것 같고. 약간 혐오스럽다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꼭 피할 단어는 아니지 않느냐 해서 넣은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존예, 개이득, 이런 비속어가 섞인 단어들도 공식적으로 인정이 된 모양이던데요? 이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신어를 선정하긴 하는데요. 기준이 물론 있고.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작업하다 보니까 부적절하게 들어가는 신어들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 재논의되어서 걸러내야 되겠지요.

▷ 한수진/사회자: 

요즘 문법 파괴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나친 존대법 사용도 문제가 되지 않느냐 하는 지적도 많이 있는데요. 원장님께서도 그런 점을 지적을 하셨더라고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요즘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데요. 지나친 존대, 과잉 존대, 사물 존대 이렇게들 얘기하는 것인데 잘 아시는 것처럼 그런 어법은 주로 서비스업이라든가 판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고객을 좀 더 존대한다는 존대하기 위해서 나온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지나친 존대는 어법에 어긋나기도 하거니와 잘못하면 상대방을 오히려 기분 나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 피해야 되지 않나, 고쳐나가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거스름돈 200원 이세요, 이런 거죠?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버스에서 모두 내리실게요, 주사 맞으실게요. 이게 다 잘못된 표현인 거죠?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현재 국어 문법으로는 잘못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또 어떤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 보면 신조어나 축약어 그리고 아직 일상적인 단어에서도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어서 이것도 계속 지적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광복 후 우리말에서 일본어 잔재를 몰아내는 노력은 계속돼 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다른 분야에 비하면 일본어 잔재를 저희가 많이 몰아낸 셈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에 일본어 잔재가 남아있는 건 사실이죠. 흔히 쓰는 점퍼를 입는다 하는 잠바라든지, 흠집을 얘기하는 기스라든지, 공사판 노동자를 얘기하는 노가다라든지 이런 게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립국어원에서는 권장할 만한 순화어도 제시하고 계시죠?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세꼬시 같은 경우를 뼈째회. 쓰끼다시를 곁들이찬. 솔직히 저도 솔직히 입에 붙지 않네요. 익숙하지가 않은데요. 어떤가요? 효용성을 일각에서는 의문을 품기도 하던데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그렇죠. 국어원에서 순화를 계속 하고 있는데요. 순화한 것 중에는 국민이 잘 받아들여 주셔서 일반화 된 것도 있고 말씀하신 대로 어색하고 의미도 잘 들어오지 않아서 외면당한 것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저희 나름대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순화를 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순화를 안 할 수는 없고 순화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데 저희들도 지금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고, 한편에서는 국민들께서도 약간 어색하더라도 쓰다 보면 자연스러워지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언어를 흔히 시대의 거울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원장님 현대인 언어습관 보면서 살필 수 있는 이 시대의 특징은 뭐라고 보세요?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조금 부정적인 측면들이 있습니다만 두 가지 측면 정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인터넷 등 새로운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줄임말을 쓴다든지 그런 특징이 있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세대 간 소통이 안 되는 자기 또래들끼리 얘기되는 신조어를 많이 쓴다는 특징이 않나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세대 단절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군요. 알겠습니다. 원장님 오늘 한글날 맞아서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송철의 국립국어원장: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립국어원 송철의 원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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