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정명령' 한국사 교과서 편향 해결에 한계?
출판사가 특정 부분 교묘하게 부각하면 대응에 역부족
수정권한 절대적이어서 바로잡는데 문제없다는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이 커지면서 '수정명령'에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는 이달 2일 브리핑에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비판했다. 수정명령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수정명령은 교육부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내용을 바꾸라고 직권으로 내리는 명령이다.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를 근거로 한다. 교과부장관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국정도서는 수정하고, 검정도서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수정명령 조항은 2008년 2월 생겼다. 그해 좌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에 처음 적용됐다.
교육부는 2013년에도 금성출판사 등 다른 6종 교과서에 수정명령을 내렸다. 친일·독재미화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와 함께 좌편향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7개 출판사에 수정을 권고했다가 받아들이지 않자 강제 조치인 수정명령 권한을 행사했다.
수정명령은 교과서에 개입하는 강력한 무기다.
집필기준, 편수용어, 검정기준, 편찬 상의 유의점 등 편찬 준거를 통해 검정교과서에 개입했다가 부족한 부분은 수정명령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검정 교과서를 철저히 검증하고 서술 표현을 바꾸거나 빼도록 하고 내용을 추가하도록 명령했다.
예를 들어 2010년 천안함 사건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북한 토지개혁의 한계, 새마을운동의 긍정적 서술 등을 추가하도록 했다.
당장 책을 발행해야 하는 출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정명령을 받아들여 2014년부터 고쳐진 교과서가 학교에 보급됐다.
오류가 발견되거나 사회적 논란이 되는 서술에 교육부가 언제든지 수정을 명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적잖다.
그럼에도,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수정명령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국정화 찬성 측은 수정명령의 한계를 강조한다. 사회적 논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검정 교과서 집필진은 법원 판결에도 계속 반발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교육당국의 행정력 등의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다.
교과서 편향성이나 오류를 완벽하게 바로잡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출판사가 특정 부분을 부각하려고 교묘하게 서술하면 수정명령을 내리기에 역부족이다.
보수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 서술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북한 김일성 독재는 간단하게 언급한 것을 대표 사례로 꼽는다.
교육부도 수정명령의 효력과 함께 한계도 인정한다.
교육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답변에서 "교육부의 검·인정 교과서 수정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으나 수정명령을 통해 역사적 사실 관계의 오류 사항 등을 정정한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8일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정기준 강화는 대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검정 기준을 강화해도 현행 교과서 집필자들이 이념편향적인 분들이 많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수정명령으로 교과서 오류나 편향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교육부 장관은 검정 교과서의 독점적이고 절대적인 수정 권한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표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했다.
더구나 교육부가 지난 7월 검정 교과서의 집필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는 등 검정제도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서 시행도 하지 않고 국정화로 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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