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뉴스] 베트남 국제결혼 신랑 투신, 그날밤 무슨 일이..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문효선 PD 2015. 10. 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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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실체에 훅! 들어가 봅니다. 취재를 통해서 확인한 뉴스의 진실을 보여 드립니다. [훅!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다투던 신부 복도로 뛰쳐나오고 4초 뒤 신랑 6층서 투신
- 투신 전 영사관에 SOS 보내 "지금 감금돼 있다, 빨리 경찰 보내달라"
- 사건 당시 호텔 CCTV에는 제3자 출입 기록 없어
- 당일 술 전혀 안 마셔, 정신적 문제도 없어
- 신부 "첫날밤 때도 아무 문제없었어, 사건 당시 돌변"
- 유족들, 시신화장 뒤 귀국 "이미 정리된 사건" 쉬쉬
- 전문가 "첫 만남 뒤 결혼하는 '속성결혼' 문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훅! 뉴스' 다시듣기]

◇김현정>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훅! 뉴스'입니다. 기자가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오늘 훅! 들어가 볼 뉴스, 뭔가요?

◆권민철> 네 오늘 훅! 뉴스 주제, 소리로 확인해 볼까요?

◇김현정>엊그제 나온 뉴스군요.. 저도 이 뉴스 보고 좀 이상하단 생각 들었습니다. 베트남에 간 남성이, 처음만난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바로 그날 투신해 숨졌다는 건데…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의문들 말이죠.

◆권민철>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의문투성인데, 하지만 뉴스는 거기까지였습니다. 후속 보도는 나오지 않았고, 그대로 묻혀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훅뉴스에서 이 뉴스의 중심으로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현정>사고가 난 곳이 베트남 어디였죠?

◆권민철>하이퐁이라는 도시인데요. 수도 하노이 동쪽으로 130㎞ 떨어진 곳입니다. 이곳의 한 호텔에서 44살 먹은 한국인 신랑이 6층 객실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지난달 27일 밤 11시 20분쯤이었구요. 20살 어린 베트남 신부와 결혼식을 올리고 호텔에 투숙중 사고를 당한 겁니다.

◇김현정>앞선 보도에서는 자살한 거 같다 이렇게 나왔죠?

◆권민철>현지 경찰은 타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현정>자 그렇다면 하나하나 짚어가 볼까요? 일단 투신한 건 명확한 거죠?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권민철>그렇습니다. 당시 호텔 CCTV에 이 남성의 투신 모습이 찍혔습니다. 반쯤 열린 여닫이문 밖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현지 우리측 영사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뛰어내릴 때의 상황이 어땠습니까?
영사: 본인이 뛰어내려야 되는 상황입니다. 누가 밀어서 넘어질 수 있는, 베란다가 있어서 미는, 그런 게 아니라, 관공서 건물보면 창문 있잖아요? 조금 나와 있는, 그런식의 미는 창문이거든요.

◇김현정>그 당시 호텔에는 신부가 함께 투숙중이었다는 거구요?

◆권민철>그렇습니다. 남성은 24살된 베트남 신부를 전날 처음 만나고 하룻만에 결혼했습니다. 이렇게 첫 만남후 바로 결혼하는 걸 '속성결혼'이라 하는데,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에서 이 '속성결혼'이 관례화돼 있다고 합니다.

◇김현정>전날 처음 만나서 바로 결혼을 해요?

◆권민철>네.

◇김현정>남편이 투신 당시 신부는 뭐하고 있었을까요?

◆권민철>CCTV를 보면 이 여성이 투신 당시 호텔 복도로 뛰쳐나오는 장면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뛰쳐나오는 CCTV상의 시간이 신랑이 투신하기 불과 4초 전입니다. 결국 신부가 호텔방을 나오고 난 뒤에 신랑이 추락했다는 거죠. 현지 경찰은 이것을 근거로 남성이 투신자살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김현정>호텔 방안에 이 두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권민철>현지 경찰 조사 결과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김현정>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권민철>두 사람 간에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냥 다툼이 아니라 심한 싸움이었다고 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여성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여성의 얼굴이 성형이 필요할 정도로 일그러졌다고 하구요.

◇김현정>당시 상황을 목격한 증인은 없나요?

◆권민철>베트남으로 출국할 때 남성이 회사 동료와 동행했는데, 회사 동료도 다른 베트남 여성과 전날 결혼식을 올리고 사고 당시 남성의 호텔 옆방에서 투숙중이었다고 합니다. 그 동료는 방안에서 심하게 다투는 소리를 듣고 한 차례 문을 두드려 진정을 시켰다고 합니다.

◇김현정>처음 만나 결혼한 사람들이, 도대체 왜 싸웠을까… 이게 핵심인 거 같아요? 신부의 진술 외에 추정할만한 다른 실마리는 없습니까?

◆권민철>저도 속 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모두 이혼 경력이 있는데, 둘 다 자국민과 결혼했던지라, 상대방 언어는 한마디도 못했다고 합니다.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상황에서 싸웠다는 얘깁니다. 다만, 한국 신랑이 추락사 30여분 전쯤에 하노이대사관 영사콜센터로 긴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김현정>영사콜센터는 위급할 때 거는 SOS 신호 같은 거 아닌가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권민철>그렇습니다. 영사콜센터는 해외에서 사건 사고에 직면할 때 신속하게 재외공관의 도움을 청할 때 쓰는 긴급 전홥니다. 우리측 영사의 설명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감금돼 있다. 인질극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빨리 경찰을 불러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여자 비명소리 계속 들리고, 남자는 여자한테 욕하면서 조용하라고 그러고, 그러니까 영사콜센터도 좀 이상한거죠."

◇김현정>하지만 좀 전에 호텔방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했잖아요?

◆권민철>그렇습니다. 현지 경찰 조사결과 다른 사람 출입은 없었던 걸로 나왔다고 합니다. CCTV 등을 확인해서 얻은 결론이겠죠. 만약 제3자가 없었다면 신부한테 감금됐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신부가 신랑한테 심하게 폭행당한 것을 보면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입니다.

◇김현정>호텔로 들어가기 전의 행적에서 다른 갈등 요소는 없었을까요?

◆권민철>이들 부부는 당일 여러 신혼부부들과 어울려 호텔 밖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이들 부부가 먼저 호텔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때가 9시 넘은 시간이었다고 하는데요.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 사람의 목격담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그 뛰어내린 그 신랑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분은 속이 안좋다고 간단하게 죽만 드시고 먼저 들어갔어요. 그런데 들어가시고 1~2시간 뒤에 전화가 왔어요. 호텔에서 신부가 피범벅이 됐다고 연락을 받아가지고…"

◇김현정>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었을까요?

◆권민철>우리 대사관이 파악한 바로는 남성은 술은 전혀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현정>그렇다면 혹시 정신적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권민철>저도 그럴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 분의 건강기록, 가족들이나 동료들 증언 어디를 보더라도 그런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김현정>갈수록 의문투성이군요?

◆권민철>그렇습니다.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죠? 이 사건을 그냥 덮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 같습니다.

◇김현정>우리국민이 외국에서 석연치않게 목숨을 끊었고… 같이 있던 외국 여성은 심하게 폭행을 당한 상태라면 이게 그냥 덮고갈 사건은 아닌것 같은데… 현재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권민철>우리 당국에는 수사권이 없고요. 아직도 베트남 현지 경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 외교부는 현지 공안과 검찰, 외교부에 '의문점들'에 대해 수사를 더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김현정>외교부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지는 않나요? 그 정도로 과연 수사가 제대로 될까요?

◆권민철>그에 대해 대사관측은 베트남 정부의 경우 우리 교민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대사관에서도 예의주시하겠다고 하구요.

◇김현정>결국 여러 의문의 결정적인 열쇠는 신부가 쥐고 있는 거 같네요?

◆권민철>그렇다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신부는 경찰조사에서 결혼 전날 보낸 첫날밤에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신랑이 그렇게 돌변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신부 역시 그날의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김현정>의혹투성이 이번 사건… 분명한건, 이번 사건 역시 희한한 방식의 국제결혼이 부른 또 하나의 비극이라는 점, 이 부분은 명확해 보입니다? 우리 유족들은 만나 보셨나요?

◆권민철>만나지는 못했고요. 다만 어렵게 전화통화는 할 수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쉬쉬하는 분위깁니다. 사고소식을 접하고 처음에 갔을 때는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격앙돼 있었는데, 현지 경찰과 우리 대사관 등으로부터 가족의 죽음과 관련해 설명을 듣고는 더 이상 추락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족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저희들은 마음적으로 가족들이 전부다 정리가 다 끝났는데, 다시 뒤집어 파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정황상, 정황상, 저와 제 식구들이 다 갔는데 다 확인하고 다 끝내고 다 결정된 내용을 뭘 더 이상 어떻게 파헤치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에요?"

◇김현정>시신 부검은 됐었나요?

◆권민철>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했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부검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족들은 시신 운구 절차 등 복잡한 문제 때문에 현지에서 시신을 곧바로 화장했습니다.

◇김현정>유족들에게는 참으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을 텐데, 아무튼 이번 사건 국제결혼이 부른 또 하나의 비극이라고 해야겠군요?

◆권민철>좀 더 정확히는 '속성결혼'의 폐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혼중개업체들은 이번 사건이 '속성결혼'과는 무관한 극히 보기드문 케이스라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음 만난 날 결혼하는, 유래를 찾아 볼 수없는 희한한 결혼방식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고 말합니다. 김영신 한국베트남문화교류센터 원장입니다.

"신부들이 결혼식을 올리기 전 6개월 정도는 서신으로 왔다갔다가 하고 전화도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서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간을 둬야한다. 그 것이 인도적이다. 어느 나라가 한번 보고 결혼 하냐고, 그런 결혼은 없다."

사실 국제결혼의 부작용… 그러니까 이혼이나 가정폭력은 국내에선 이미 사회 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랩니다. 이번 사건은 사건대로 진실을 밝혀야 하겠구요. 그리고 아직도 관례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국제결혼 문제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문효선 PD]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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