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주택 브랜드 이름 보니..순우리말 全無

김수현 기자 2015. 10. 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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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의 주택 브랜드를 보면 한글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 브랜드 중 순우리말은 한 개도 없다. 대부분 영어 단어를 합성했거나 영어와 한글을 조합한 단어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글 같지만 명확한 어원이 없고, 작위적인 경우도 많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쓰는 ‘힐스테이트(언덕 ‘Hill’과 품격 ‘state’의 합성어)’와 롯데건설의 ‘롯데캐슬(Castle·성)’, SK건설의 ‘SK VIEW(뷰·시각)’ 등은 회사명에 영어 단어를 붙여 만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혁신을 나타내는 ‘Innovation’과 공간을 뜻하는 ‘Park’의 합성어)’,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경험이라는 의미의 ‘experience’와 ‘편한세상’의 합성어)’도 마찬가지다.

외국어인지 한글인지 구분할 수 없는 브랜드도 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미래 지향적이며(來), 아름답고(美), 편안한(安) 아파트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작위적인 한자어 나열이지, 어원은 모호하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GS건설의 ‘자이(Xi)’도 각각 ‘푸르다’라는 순우리말에 대지, 공간을 뜻하는 ‘GEO’를 결합한 단어와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의 약자다.

포스코건설의 ‘the#(더샵)’은 아예 반음 올림을 의미하는 음악적 기호(#)를 썼다. ‘삶의 질이 반올림된다’, ‘고객보다 반보(半步) 더 생각한다’는 뜻이다.

고급아파트로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삼성물산이 이달 서초 우성2차아파트를 재건축해 내놓는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는 ‘서초’(Seocho), ‘강남’(South), ‘삼성타운’(Samsung Town), ‘별’(Star)의 앞글자 ‘에스’(S)와 ‘고급, 명예’란 의미의 '프레스티지'(Prestige)를 합성한 단어다. 추가로 붙은 ‘에스’(S)는 ‘굉장한’(Super), ‘똑똑한’(Smart)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림산업이 서초 한신5차아파트를 재건축해 11월 분양할 예정인 단지에는 대림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Acro·가장 높은,넓은)와 한강 조망권을 갖췄다는 의미의 ‘리버뷰(River View)’를 합친 ‘아크로리버뷰’가 붙었다.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생기는 이유는 브랜드명에 외국어가 들어갈수록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있고, 분양 후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준다고 입주민들과 업계가 믿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외국어를 쓰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길거리에 외국어로 된 간판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이달 나오는 ‘송파 헬리오시티’가 ‘빛’을 뜻하는 헬리오(helio)와 ‘도시’(city)를 합성한 '빛의 도시'라는 거창한 뜻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일부 조합원들이 ‘헬’이 ‘지옥(hell)’을 연상시킨다고 반발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브랜드명과 시세는 아파트가 지어진 후 초기 시점까지는 일부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관 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보다는 브랜드명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여부와 단지의 입지 등 근본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브랜드명은 분양과 입주 초기 시세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후에는 사실상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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