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판결 둘러싼 미국과 유럽 시각 차이 뚜렷

2015. 10.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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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예방·디지털경제 타격" VS "기본권 보호 획기적 판결" "다른 대안 있어 기업피해 크지 않고 정보기관도 엄살" 반론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정보보호협약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오스트리아의 막스 슈렘스(왼쪽)가 지난 6일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을 앞두고 변호사와 함께 ECJ 재판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유럽연합(EU)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페이스북과 애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고 NSA의 사찰 등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아일랜드 정보보호청에 제소한 오스트리아 법학 전공 대학생 막스 슈렘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러 예방·디지털경제 타격" VS "기본권 보호 획기적 판결"

"다른 대안 있어 기업피해 크지 않고 정보기관도 엄살" 반론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과 유럽 청년 두 명이 정보기관과 인터넷 거대기업들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과 관련, 미국과 유럽의 반응이 사뭇 다르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 등이 유럽연합(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게 한 EU와 미국 간 정보공유 협약(안전 피난처 협약)이 무효라는 지난 6일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이 나오자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테러 예방에 차질이 빚어지고, 디지털 경제가 타격받게 됐다며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반면에 유럽의 시민단체나 각국 개인정보 보호기관은 물론 정부 각료도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획기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또 인터넷 기업들이 이번 판결을 우회할 방법들이 있어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며, 미국 정보기관들도 엄살을 떠는 것이라는 지적이 유럽 쪽에서 나오고 있다.

◇ 미국 정부와 기업, 판결 맹비난 =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국(NSA) 등의 '무차별적 대규모 사찰'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ECJ 판결은 잘못된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물론 유럽 기업에도 큰 타격을 주는 일이자 테러 등 인명 살상 방지 활동에도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과 상무부는 물론 정보 및 안보 분야 전·현직 관리들까지 비판과 우려 대열에 합류했다.

페이스북 등 개별 기업과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업계 단체 등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안전피난처 협약은 페이스북 등 국제적 IT 기업이 창업되기 이전부터 대서양 양안 간 디지털 경제 성장의 기념비 역할을 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유럽과 미국을 이어주는 해저광케이블을 도끼로 끊는 것 같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새 협약 등 대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미국 IT 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따른 법규 위반을 피하기 위해 사업 방식을 바꾸거나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유럽에 별도의 데이터 저장 서버 센터를 만들거나 유럽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서버를 빌릴 수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 기업 우회로 있어 큰 타격 없다 = EU 집행위원회 측은 이번 판결로 대서양 양안 간의 데이터 전송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부가 기업들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곧 제시할 것이며, 그동안 미국과 기존 협약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행해온 개정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언론은 이번 판결로 미국 기업들의 유럽인 개인 데이터 전송이 모두 불법화되는 것이 아니며 우회할 방법도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녹색당 얀 필립 알브레히트 의원은 EU옵서버에 "우선 계약서의 데이터 보호 조항과 일명 '결합기업규정'(BCR) 두 가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 약관에서 고객 또는 사용자에게 데이터의 미국 전송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동의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BCR 규정은 데이터보호 법규를 준수하면서도 같은 기업그룹 내에서는 정보 교환이 가능토록 하는 방법 등이 세세하게 명시돼 있다고 알브레히트 의원은 설명했다.

독일 정보통신산업협회인 비트콤의 모리스 샤트 대변인도 도이체벨레(DW) 방송 인터뷰에서 같은 내용을 말하면서 "이미 미국의 대형 SNS업체들은 약관에 그런 조항을 넣어왔기 때문에 판결로 인한 변화를 별로 못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독일 정부도 환영 분위기 =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민단체와 EU 각국 정보보호 담당관들은 ECJ 판결을 환영했다.

시민단체 소비자를 위한 감시견(CW)의 존 심슨 국장은 "이번 판결은 그동안 유럽인의 데이터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 수치스러운 일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밝혔다.

DW 방송은 "이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편의를 위해 무시해온 EU 집행위의 뺨을 때리는 것이자 할 말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 방송은 또 "집행위는 기업들로부터 몇 가지 모호한 다짐만 받고 방치해왔으며 협약을 웃음거리로 만들어왔다"면서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집행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몰랐다"고 비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유럽 기본권 보호에 강력한 신호"라고 옹호했다.

◇ 기업은 왜 개인정보 전송 보관하나 = 우리가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개인신상, 신용카드 기록, 검색 내용과 이력, 채팅 등 각종 개인정보가 생성된다.

인터넷 기업들은 이런 데이터들을 대체로 어딘가(서버)에 보관하며 활용하게 된다. 기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정보도 있고, 이를 다른 사업이나 신규 서비스 개발 등에도 쓴다.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해 미국 업체들이 사실상 세계 인터넷 산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이 얻은 유럽 사용자(또는 고객) 개인정보 역시 주로 미국 내 서버에 전송 보관된다.

미국과 EU는 지난 2000년 지난 2000년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안전 피난처'(safe habour)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에 비해 유럽은 프라이버시 보호 관념과 침해를 막기 위한 법적 규제가 강하다.

그러나 이 협약 덕분에 페북, 아마존 등 약 4천400개 미국 IT 기업이 유럽인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은 채 사업하고 있다.

◇ 협정이 왜 문제가 됐나 = 2013년 전직 미국 정보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NSA 등이 각국 정부와 개인, 국제기구를 무차별하고 광범위하게 도·감청해왔다고 폭로해 세계가 들썩였다.

NSA가 미국 통신회사 AT&T의 서버는 물론 해저광케이블에도 접근하고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도 도·감청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트리아의 법학 전공 대학생 막스 슈렘스(27)는 페이스북과 애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고 NSA의 사찰 등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아일랜드 정보보호청에 제소했다.

슈렘스는 "세금을 피해 아일랜드에 유럽 자회사를 설립한 이 기업들이 EU법을 따라야 하며, EU 법은 안전한 사용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청은 '안전 피난처 협약' 때문에 전송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혀 공이 법원으로 넘어갔다.

아일랜드 법원은 다시 EU 내 최고법원인 ECJ에 "EU-미국 협정의 유효 여부, 불법적 정보 전송을 개별 국가 정부가 차단할 권한이 있는지"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ECJ는 유럽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대규모 무차별 사찰은 위법이며, 이런 점에서 '안전 피난처 협정'은 효력이 없고 EU 각국 당국이 시민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32세 미국 정보요원 스노든의 폭로에 힘입은 28세 오스트리아 대학생의 과감한 제소가 ECJ로부터 획기적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이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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