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피해자 모친 "가슴 떨려 너무 앞에선 못 보겠다"

박상기 기자 2015. 10. 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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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이따금 방청석 봐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이 8일 오전 다시 시작됐다. 1997년 피해자 조중필(당시 23세)씨가 숨진 지 18년, 처음 '살인범'으로 기소됐던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가 무죄 판결을 받은 지 17년 만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엔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73)씨가 방청석 넷째 줄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이씨는 "가슴이 떨려서 너무 앞에서는 못 보겠다"고 했다.

1시간 20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씨는 가끔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 둘러싸였을 땐 "우리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데… 아직도 증거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취재진이 조씨 살인 혐의로 지난달 미국에서 송환된 아서 패터슨(36)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사람도 아니다.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피해자 조씨는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가 인대를 크게 다쳐 의병 제대를 했다. 조씨 아버지는 제대에 반대했지만 어머니 이씨가 제대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조씨는 제대한 지 얼마 안 돼 변을 당했다.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아진 조씨 아버지는 아들이 그렇게 된 게 아내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어머니는 매년 절에 가서 아들 제사를 지냈다. 그동안 진범(眞犯)을 찾아달라며 이씨가 수사기관 등에 낸 진정서와 고소장이 수십 건이다.

지난 18년간 이씨는 간간이 주변 사람들이나 언론에 심경을 털어놨다. 이씨는 가끔 아들 생각이 사무칠 때는 앨범을 꺼내들지만, 아프고 속이 더 상해 예전보다 덜 보게 된다고 했다. "범인을 만나면 뜯어버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재판 후에도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중필이 한(恨)도 풀고 우리 가족 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녹색 수의(囚衣)를 입은 패터슨은 처음 송환될 때와는 달리 깔끔하게 면도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방청석을 쳐다봤다. 검사가 "사건 직후 패터슨은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반면, 에드워드 리는 신발 일부와 손에만 피가 묻어 있었다"고 했을 땐 고개를 젓기도 했다.

검찰은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 중 한 명이 피해자 조중필씨를 칼로 찌른 것은 명확하다"며 "앞으로 직접 칼로 찌른 사람이 패터슨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패터슨의 변호인은 "사건 직후 패터슨의 요구로 벌인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패터슨의 말이 진실, 리의 말이 거짓으로 나왔다"며 "혈흔 분석 같은 검찰이 제시할 증거 역시 세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도 이날 법정에 왔다. 그는 "지난 18년 동안 우리도 괴로웠지만, 조중필씨 가족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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