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일자리펀드가 청년 취업난 해결책인가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5. 10.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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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월 15일 '청년일자리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제안하며 자신도 1호 기부자로 동참했다. 그 후 국무총리와 장관, 여당 지도부, 그리고 공공·금융 부문의 수장들이 앞다투어 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를 재원으로 청년희망재단을 설립해 기존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는 지원받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완한다고 한다.

체감 실업자가 115만 명에 달하고 체감 실업률이 20%를 넘어가는 현실에서 직장이 없어서 구직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 기여하겠다는 대통령의 훌륭한 뜻에는 깊은 공감을 표하고 싶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청년일자리펀드와 관련해 몇 가지의 우려가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은 펀드의 '지속 가능성'이다. 대통령이 앞장서 만든 펀드이니 공직에 계신 분들은 당연히 참여할 것이다. 취지에 적극 공감하는 기업들도 참여할 것이고 그 결과 일정 금액의 기금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10월 초 현재 약 5만1000여 명이 가입해 21억원가량의 기금이 조성됐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일자리펀드 가입은 기부의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과연 이러한 기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조성된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펀드 가입이 자발적이지 않고 준조세적 성격이 더해진다면 펀드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다가 최근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소금융 사례를 보면 이렇게 관(官) 주도로 시작된 기부 형태 재단의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청년일자리펀드로 만들어지는 청년희망재단이 과연 효과적으로 목표 사업들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발표에 따르면 청년희망재단 내에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설치해 기업의 고용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협업해 구직 청년들을 취업과 연계해주는 통합 지원 서비스의 거점 역할을 하겠다고도 한다. 인문계 대학 재학생·졸업생이 전공을 살리면서도 타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융합 교육훈련, 취업 연결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해외 취업 상담 등을 통해 청년들을 글로벌 전문가로 육성하겠다고 한다.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지만 전문가조차 수행하기 어려운 과제다. 관 주도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민간 주도로 이러한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민간이 누구인지, 또 이들 민간이 위에서 열거한 사업을 주도할 유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 사업을 수행할 전문적 역량이 있는지 등 수많은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올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입한 자금이 1조8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청년 고용 창출에는 별로 기여한 바가 없다는 감사원 보고서가 나왔다. 이렇게 큰돈을 쓰고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정부 주도의 청년 일자리 창출에 펀드로 만들어진 재단이 하나 더 생겨난다고 효과가 나타날지 정말 의문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궁극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될 때 자연스럽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경제 활성화는 기업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때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성과 효과가 의심되는 미시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책보다는 기업들의 국내 투자와 내수를 진작시키는 데 방해가 되는 규제를 없애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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