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경환이 자기가 결혼시킨 인턴이니까 뽑아주라 했다더라"

2015. 10. 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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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범규 중진공 전 부이사장 인터뷰
최경환 인턴 왜 합격시키는지
인사담당자에 물었더니
“최, 대통령직인수위 있을 때
우리 쪽에 도움 줬다더라”

7월31일 최종 면접 본 뒤
내가 최경환 보좌관에 전화
“도저히 안되겠다”는 말에
“이사장이 직접 와 보고해라”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특혜 채용’ 외압 사실을 폭로한 김범규(사진)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릴 순 없다”고 말했다.

-중진공이 최 부총리의 인턴 출신 황아무개씨를 채용하게 된 당시 상황을 좀 들려달라.

“처음에 입사 지원하면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외부기관에 자료를 맡겨 점수를 산정한다. 부서장급 면접을 위해 10배수로 압축한 뒤 임원 면접 앞두고 3배수로 압축한다. 부서장 면접할 때쯤인가 인사담당 부서장이 ‘우리가 도와줄 친구가 하나 있다. 최경환 의원 인턴 출신인 친구로 지금 대구·경북연수원에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번에 정규직에 응모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하냐고 물었더니 ‘최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있을 때, 기관간 업무 분장을 하면서 우리 쪽에 도움을 많이 줬다더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면접 가는 것까지야 어떻게 도와줄 수도 있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손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가 면접 보니까 영 아니더라. 아예 답변을 제대로 못 하는 거다. 우리 회사는 면접 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초빙해서 하는데 당시 리크루트사 대표가 참여했다. 이후 면접위원들이 채용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뿐 아니라 리크루트사 대표도 뽑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내부적으로는 안 뽑는 걸로 의견 조율하고 접었다.”

-이후 최 부총리와 접촉하게 된 과정을 말해달라.

“7월31일 면접하고 나서 최 부총리에게 의견을 전달해야 할 거 아니냐. 박철규 이사장이 누가 의견 좀 전달해달라고 그랬는데, 운영지원실장이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튿날인 8월1일 최 부총리의 보좌관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서 ‘노력할 만큼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외부 면접위원까지 있으니 혹시나 (안 되는 거 뽑은 게) 소문이 나면 오히려 의원님께 누를 끼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보좌관은 이야기를 듣더니 ‘이사장님이 의원님께 직접 보고했으면 좋겠다’고 그랬다. 당시엔 최 부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내가 전화한 게 1일 오전 10시인가 11시인가 그랬는데 퇴근 무렵 그 보좌관으로부터 의원님 시간 된다고 전화가 왔다. 이사장이 그때 여의도 주변에서 머무르고 있다가 나와 비슷한 취지로 설명하러 최 부총리를 만나러 갔다. 나는 그때 퇴근했고. 다음날인 2일 아침에 운영지원실장이 최 부총리가 ‘내가 결혼까지 시킨 아이니까 그냥 (취직)시켜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박 이사장이 지원실장에게 뽑아주라고 지시내렸다고 하더라. 뭐, 그래서 나도 결재했다. 인사는 이사장 고유 권한이니 내가 뭐라고 하겠느냐.”

-최 부총리와 박 이사장이 나눈 얘기를 이사장에게도 직접 들었나?

“아니다. 운영지원실장을 통해 전해들었다.”

-실세 부총리에 대해 반대 증언하는 게 쉽지 않은 결심 아닌가?

“아무리 실세 부총리라고 해도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발전한 건 용기 있는 행동 때문 아니겠나. 솔직히 감사원 감사 없었다면 저도 퇴직하고 그랬으니 잊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감사를 받을 때만 해도 회사 입장 감안해서 감사받았다. 그런데 최 부총리가 부인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손바닥으로 어떻게 하늘을 가리냐 생각했다. 검찰이 이 문제 수사한다고 하겠는데, 제대로 하면 몰라도 솔직히 제대로 할 의지 있겠냐.”

-오늘 여당 의원들이 과거 이력까지 파헤쳐서 공격도 하던데?

“이미 내가 증인 나간다고 할 때 과거 이력까지 다 파헤칠 것쯤은 예상했다. 그분들이야 실세 부총리와 같은 식구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한다. 젊은이들이 좋은 사회에서 살게 하려면 어른들이 누군가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다만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아까 어떤 의원이 조직에 총질했다고 하던데, 이 회사는 내 첫 직장이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30년 다닌 회사다.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 이걸 덮지 않고 공개하면 당분간은 누구도 함부로 (낙하산을 내리는 등) 건드리지 못하겠지. 솔직히 이런 일 있으면 담당 직원들 스트레스가 굉장하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긴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 조직이 더 건강해지고 튼튼해졌으면 좋겠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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