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가 이끈 일 노벨상 저력

도쿄 | 윤희일 특파원 입력 2015. 10. 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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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자·자유로운 연구·장인 정신 '3박자'

일본의 무명 지방대가 노벨상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하면서 이들의 ‘숨겨진 가치’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사토시(大村智) 기타사토(北里)대 특별영예교수는 야마나시(山梨)현 야마나시대 자연과학과를,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도쿄(東京)대 교수는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대 물리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또 지난해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도쿠시마(德島)현 도쿠시마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이들 대학은 교토(京都)·나고야(名古屋)·도호쿠(東北)·오사카(大阪)대 등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를 낸 지방 명문대와 달리 규모도 작고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소규모 지방대 출신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잇따라 따내고 있는 배경에 대해, 명문대보다 연구성과에 대한 압력이 적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거꾸로 뛰어난 연구자들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지방대는 도쿄대나 교토대 등과 달리 성과에 대한 압력이 덜하고, 자유롭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야마나시대의 시마다 신지(島田眞路) 학장(총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학부의 경계를 뛰어넘는 연구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면서 평생 한 가지 일을 이어가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지방대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물리학상 수상자인 나카무라 교수는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방기업에 취직해 내가 하고 싶은 연구에 몰두했더니 노벨상을 받게 되더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의 오지인 시코쿠(四國)지역의 에히메(愛媛)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인근 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연구생활을 시작했다.

에히메현 마쓰야마(松山)대 경제학과의 장정욱 교수는 8일 전화통화에서 “지방대에까지 고르게 지원되는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비에 대해 성과를 재촉하지 않는 연구환경과 ‘세계 최고’가 아니라 ‘세계 유일’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이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 지방대의 힘이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도쿄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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