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남구 '특별자치구 분리' 주장..가능할까?

김필규 입력 2015. 10. 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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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내내 이 한 통의 서신이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서울시장님께 드리는 공개 질문'이란 제목으로 강남구청장이 쓴 공개질의서인데요. "이럴 바엔 차라리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중앙에 건의해 아예 강남구를 서울시에서 추방시켜달라"는 내용입니다. "강남구가 정말 서울에서 떨어져나가는 거냐" 여러모로 반응이 상당히 뜨거웠는데, 오늘(8일) 팩트체크에선 왜 이런 이야기 나온 건지, 정말 가능한 건지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 사실 이건 그동안 한전부지 문제로 서울시와 강남구가 빚고 있던 갈등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대차가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받으면서 서울시에 공공기여금 1조7천억 원을 내기로 했죠?

서울시는 이 돈을 잠실종합운동장을 포함한 이 일대 개발에 투입하겠단 계획인데, 잠실운동장 쪽은 강남구가 아니라 송파구입니다.

그러자 강남구에선 강남땅을 팔아 번 돈이니 영동대로 개발같이 강남을 위해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고 맞선 겁니다.

관련 협상에서 강남구가 배제된 것에 대해 항의를 하면서 아예 강남 특별자치구로 떼어내 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사실 송파구도 강남 3구인데. 그렇죠? 강북에 있는 사람 입장에선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이고 세종특별자치시도 있잖아요? 강남구에선 이런 식으로 떨어져 나가는 걸 원한다는 뜻으로 이야기했던 모양이죠?

[기자]

네, 그런 부분을 상당히 염두에 둔 것 같은데요.

일단 지방자치법 상 관련 규정이 있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건데, 하지만 그 종류에 특별자치시와 특별자치도만 있고 특별자치구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강남특별자치구가 생기려면 먼저 법을 개정하고 관련 시행령이 나와야 하는 거죠. 하지만 제주도와 같이 특별자치단체의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 이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들어보시죠.

[고충석 총장/제주국제대 :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라는 큰 과제를 수행하려면 기초자치단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능률적으로 추진해야 하니까 기초자치단체를 없애버리죠. 도지사가 옛날 시장, 군수가 하는 권한까지 다 가져갔다고. 그러니까 서울과는 전혀 다른 거예요.]

[앵커]

서울하고 제주도는 다르다, 이런 주장이신데.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동의해 법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고, 이런 사안에 대해서. 특별자치구가 만일 안된다면, 강남구를 아예 시로 승격시켜서 특별자치시로 가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까?

[기자]

그런 아이디어도 있는데요. 일단 시로 승격되려면 인구가 5만이 넘고 도시적 산업에 종사하는 가구 비율이 전체의 60% 이상이거나 1인당 지방세 납세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앵커]

평균 이상 재정자립도도 나오네요. 강남구는 다 해당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현재 강남구의 인구가 58만 명이고 기타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 0.3%를 제외하곤 모두 도시산업 종사자니까 일단 시 승격 요건은 되는 셈이죠.

하지만 시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판단할 때 결정적으로 인근 구역과 경계를 중요하게 보는데, 서울특별시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인접한 강남 특별자치시를 또 만들긴 힘들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었습니다.

[앵커]

모두가 그렇게 생각들 하고 계시겠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히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그렇게 판단을 내려야 할 것 같군요. 강남구 하나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웬만한 중소도시 이상의 경쟁력 혹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기자]

예, 보통 한 지자체가 얼마나 돈이 많나를 볼 때 재정자립도, 그러니까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돈의 비율을 보는 건데요.

보시는 것처럼 강남구의 경우 매해 6~70% 이상이고 몇년 전에는 80%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비교해서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서울의 구, 노원구의 경우에는 20%밖에 안 되는 것 확인할 수 있고요.

그러니 강남이 우리끼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인데, 하지만 정말 강남특별자치구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이걸 보려면 일단 여러 가지를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상수도 부분만 봐도 지금 강남구로 들어가는 수돗물들은 잠실 등에 있는 취수원에서 물을 끌어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또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경우에도 상당 부분이 서울시에 있는 공공처리시설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인프라를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건데요.

특히 60, 70년대 서울시 전체 차원에서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강남이 이제 와서 '우리만 따로 살겠다' 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거죠.

[앵커]

아무튼 여론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강남구 입장에서는 그냥 홧김에 이런 얘기를 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요. 그게 좀 궁금해집니다.

[기자]

실제 이 소식 전해진 뒤 '서울 지하철이 강남에선 무정차하게 하자' '강남 사람들 택시 타고 시내 나오면 시외요금 징수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강남구에선 오늘 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불통행정에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다"라고 해명했는데요.

[앵커]

그럼 공식적으로 철회를 했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까지 생각은 안 했다고도 해명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하지만 저희 팩트체크 확인 결과, 그러면서 오늘 동시에 강남의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는 강남구청장의 이 공개 질의서가 붙었습니다.

실제 특별자치구를 추진하려 한 건지, 단지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부자들에 대한 혐오 '리치포비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강남구의 이번 행보, 부적절했다는 지적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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