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솔까말, 노답' 한글 파괴? 한글이 풍성해지는 과정

조재영 이재민 2015. 10. 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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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우리 초등학생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나누고 있는 대화 내용입니다.

여러분, 이해가 되십니까?

'생선'은 생일 선물, '문상'은 문화상품권이고, 'ㄱㄱ'은 '고고'.

그러니까 생일선물로 문화상품권 어때 하고 묻는 겁니다.

'이응'은 '응, 좋아'의 의미라고 하고요.

그다음 대화는 우리 선생님은 너무 재미없다, 답이 없다,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인정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내일이 한글날이죠.

비단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세대와 계층별로 달라지고 있는 우리 말과 글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조재영 기자가 시작합니다.

◀ 리포트 ▶

어린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는 테마파크.

이곳에서 쓰는 가상의 돈을 받으려면 맞춤법 시험을 50점 이상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변경섭 ('키자니아' 콘텐츠팀]
"(합격이) 열 명 중에 네 명도 사실 안 되고…채점하는 표정을 보니까 굉장히 어둡더라고요."

특히 어려워하는 건 주관식입니다.

'부대찌개 끓임'이 희한한 외계어처럼 변했고,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들도 틀리기 일쑤.

'꾸다'와 '끄다'를 헷갈린 오답도 있고, 도저히 모르겠다고 적은 문장조차 맞춤법이 엉망이라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반면, 또래끼리 자주 쓰는 말을 물어보자 거침이 없습니다.

[송시우, 정찬용 (초등학교 4학년)]
"츤데레, 문상, 이응, 어쩔, 안물, 핵노잼, 핵노답 그런 거 다 잘 써요."

"더 친해 보이고 강해 보이고 그러니까 쓰는 거예요."

어린이 3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99%가 신조어나 줄임말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핵노잼, 생선, 노답을 가장 많이 썼고, 엄마 아빠는 '엄빠'로, '안 물어봤어, 안 궁금해'라는 두 문장은 단 네 글자로 줄여서 씁니다.

'지못미'나 '멘붕'처럼 기성세대가 알 만한 말도 있지만, 글자를 줄이다 못해 자음만 남기는 경향도 두드러집니다.

◀ 기자 ▶

여러분은 지금까지 본 단어들 중에 몇 개나 알고 계신가요?

아니면, 이런 단어들은 어떤 뜻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잘 쓰는 말인데요. 과연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재민 기자가 물어봤습니다.

◀ 리포트 ▶

고등학교 쉬는 시간, 스마트폰 게임이 한창입니다.

"('승리각'인데 이거?) 딱 봐도 '극혐'이잖아. (아닌데?) '어그로' 좀 끌지 마."

각각 '이길 것 같다' '극도로 혐오스럽다' '일부러 관심을 끌지 말라'는 뜻, 어른들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진한승/61살]
"'어그로'가 뭐야, 뭐 어벙하다 이런 건가"

[이현행/55살]
"'솔까말'? 솔길에 말 가는 것 아닌가?"

반대로, 고등학생들에게 '보릿고개'와 '두레박' 같은 단어를 물어봤습니다.

한 반 서른 명 중에 '회수권', '미투리', '자리끼'를 아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산?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무고개처럼 보리가…"

"되받을 수 있는 권리요."

[심재관/18살]
"어른들이 쓰는 단어 보니까, 저도 하나도 몰랐거든요. 아 이런 느낌이구나 어른들이."

청소년뿐 아니라 젊은 엄마들은 영유, 윰차라는 단어를 씁니다.

[한은성/43살]
"공감대가 형성되잖아요. 엄마들끼리 '아 우리끼리 통하는 말이다' 이런 것."

'텅장'이나 '문송합니다'라는 말에는 취업 준비생들의 아우성이 들어 있습니다.

계층별 은어는 과도하게 쓰면 한글을 파괴하고, 소통을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나 한글의 장점을 살리고, 언어생활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김형배/국립국어원 박사]
"'생선'이 뭐야? 생일 선물이라고? 내가 '생선' 사다 줄게, 그런 태도가 필요한 것이죠."

새로운 말이 생기고 사라지는 건 언어의 숙명, 오늘의 우리말에도 결국 우리 삶의 흔적이 새겨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조재영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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