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서류·면접 불합격, 이유 있었네

김기홍 기자 2015. 10. 8. 1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大그룹 채용 담당자가 털어놨다, '바늘구멍 취업문 뚫기'

이달 9일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대기업의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 검사가 시작된다. 10대 그룹의 입사 경쟁률은 보통 50대1을 넘고 채용 인원이 적은 대기업은 300대1에 육박한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2차 인적성 검사에 응시하는 인원은 최종 합격자의 10배수 안팎. 인적성 검사를 통과하고 마지막 면접까지 치르는 인원은 3~5배수 정도다.

이처럼 합격자보다 낙방자가 많은 구조에서 탈락자는 왜 어떤 이유로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떨어질까? 본지가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 채용 담당자를 상대로 취재한 결과 ‘정직’과 ‘성실’ 같은 기본기(基本技)가 관건으로 확인됐다.

◇기업명 誤記·지각=탈락

이들이 ‘탈락 0순위’로 꼽은 이는 자기소개서에 지원 회사의 이름을 잘못 적거나 비속어(卑俗語)를 쓰는 경우다. GS칼텍스(Caltex)라고 적어야 할 것을 ‘GX칼텍스’ ‘GS Kaltex’라고 적는 식이다. 김성애 GS칼텍스 과장은 “마감 시간에 임박해 다른 회사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다 보니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지원자가 제법 많다”고 말했다. 손우람 롯데그룹 책임은 “다른 그룹의 슬로건인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라는 문구를 쓴 지원자, 이미 철수한 사업 부문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쓴 지원자는 무조건 탈락시킨다”고 했다.

면접 때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지원자도 불합격이다. 정형섭 한화케미칼 부장은 “시간과 약속 준수는 비즈니스의 기본인데 면접에 지각하는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석기 LG화학 부장은 “머리는 산발한 채 면도도 안 하고 오거나 청바지에 발목 양말을 신고 오는 지원자를 어느 면접관이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면접장에 부모와 함께 오는 지원자도 낮은 평가를 받는다. 박성은 포스코 채용팀장은 “면접 때 부모가 따라오는 지원자에 대해 감점을 주거나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요주의 관찰 대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한화·롯데그룹 등은 면접 진행 요원이 대기장에서 다른 지원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지원자를 따로 보고해 합격을 취소시킨다.

◇‘無스펙 전형’에도 ‘學點’은 예외

최근 입사 지원서에서부터 ‘스펙’란을 삭제한 기업이 늘고 있지만, 10대 그룹 대다수는 “다른 스펙은 안 봐도 학점(學點)은 반드시 본다”고 대답했다. 출신 학교와 무관하게 전공과 학점이 직무 역량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데 중요 요소라는 것이다. 기업 활동이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상당수 그룹은 일정 기준을 넘는 영어 성적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홍수 현대중공업 부장은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외국어 성적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학점은 학창 생활의 성실성과 기본 직무 역량을 보여주는 정확한 척도(尺度)”라고 말했다.

사설 학원의 조언에 의존하는 정형화된 패턴도 불리하다. 정경철 대한항공 인사관리팀장은 “승무원 면접 때 공식에 맞춰서 면접관을 바라보는 시간까지 맞추는 지원자가 있는데 자연스럽지 못해 오히려 평가에 손해를 본다”며 “암기한 답변을 그대로 읊는 것도 기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자기 경험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채용 담당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측면으로 ‘정직성’과 ‘진정성’을 꼽았다. 정형섭 한화케미칼 부장은 “면접 때 자기소개를 하겠다며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지원자가 있는데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며 “잘 모르는 질문에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거짓말은 최악이다. 손우람 롯데그룹 책임은 “면접 때 질문을 몇 번 던져보면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이 과장이나 거짓말인지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며 “인적성 검사도 억지로 거짓 답변을 하면 불성실로 걸리는 만큼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원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입사 의지(意志)를 적극 알리는 자세는 합격의 지름길이다. 조홍수 현대중공업 부장은 “회사 사업 분야에 대해 짧은 시간이라도 공부하고 오면 훨씬 유리하다”며 “자신이 해당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제출한 지원자에게 CEO가 합격 결정을 직접 내린 적도 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