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개 기관 감사.. '한 방'도 없는 역시 국감

홍주형 입력 2015. 10. 8. 18:57 수정 2015. 10. 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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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8일 국회에서 열린 한 국정감사 회의장 앞에 피감 부처 직원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분주히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정보위 등 겸임 상임위만 남기고 8일 모두 끝났다.

올해 국감은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사상 최다인 708개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이뤄졌다. 당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국감을 각각 ‘민생국감’, ‘4생(生)국감’으로 칭하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한 방’이 없었던 맹탕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 당이 국감 기간 내내 당내 문제로 내홍을 겪은 데다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더 치중해 김이 빠졌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국정감사가 민생국감, 정책국감이 되도록 노력했지만 아직 국민 여러분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감에서 무분별한 증인 채택을 방지하기 위해 국감 증인 채택을 위한 소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상 첫 화상국감 정부세종청사 법제처 화상회의실에서 8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참석자들이 서울 국회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국감은 미래창조과학부 장·차관과 주요 간부 및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장이 참석한 국회의사당과 출연연구원과 지방 공공기관장들이 참석한 정부세종청사를 화상으로 연결해 헌정사상 최초로 화상국감으로 진행됐다.
세종=연합뉴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감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와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마저 방기한 여당의 무책임함이 국회 권위를 크게 손상시켰다”면서도 “박근혜정부의 총체적인 무능과 민생파탄 실체를 백일하에 드러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가 무색하게 해마다 반복되는 국회와 정부기관의 구태는 올해 국감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차 국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증인 출석은 재벌개혁 논의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달 17일 정무위 국감에선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이 신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질의하는 등 수준 낮은 질문만이 오가 실소를 불렀다.

국감장에서 주무 부처 수장의 책임감 없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달 17일 국방위 국감에선 장명진 방사청장이 최근 방산비리 중 대표적 사례를 질문받고 “글쎄요, 하도 많아서…”라고 답해 국감장 안에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루 뒤 18일 복지위 국감에는 메르스 사태 당시 책임자였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석하지 않아 ‘메르스 국감’을 별렀던 의원들이 허탕을 쳤다.

2차 국감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인사청탁 의혹,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이념 편향 발언 등이 이슈가 돼 국감의 본래 목적과 다르게 정쟁만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교육부 국감은 한국사 국정화 논란으로 정회와 속개를 반복해 마지막까지 파행을 기록했다.

남은 국감은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 소관이다. 이날 정보위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20일 국가정보원 국감 실시 등을 의결했다. 최근 국정원 기밀 누설 혐의로 국정원이 고발하기로 한 김만복 전 원장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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