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고지 깻잎 김밥과 박 바지락 된장국

구성 이세정 사진 변종석 2015. 10.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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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들이에 어울리는 한 끼

잘 여물어 고개 숙인 벼 이삭이 황금빛으로 일렁일 때면 하늘은 더 푸르고 높아 보입니다. 아름다운 가을꽃도 많고 단풍도 꽃 못지않지만, 눈부신 들녘에 호젓하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에 유독 맘이 끌립니다. 마음에 쉼표 한 점 찍고 싶은 날이면 선선한 바람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코스모스 핀 둑길로 나섭니다. 홀로 걸으면 사색의 시간이 되고, 말벗과 동행을 한다면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들이 꽃처럼 피어날 것 같습니다.

계절 변화에 따라 입맛도 살아나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이 때, 어떻게 먹어야 맛있고 소화가 잘 될지 생각을 모아보게 됩니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되, 양껏 먹어도 칼로리 부담이 적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식품 중에 하나가 우리 몸에 칼슘원이 되는 '박'입니다. 손수 심어 가꾸면 초여름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순백의 정갈한 꽃과 주렁주렁 열리는 열매에 마음까지 풍성해집니다.

박 열매는 둥근형과 길쭉한 생김 등 다양합니다. 박고지를 만들려면 모양이 둥근 박은 가로로 반을 갈라 속을 긁어내고 껍질을 벗긴 후 빙빙 돌려가며 얄팍하게 칼질을 합니다. 둥근 박 하나를 반으로 잘라서 끊어지지 않게 오려내면 열매 하나에 기다란 박고지 두 개가 생깁니다. 길쭉하게 생긴 박은 세로로 잘라 속을 긁어내고 자른 방향대로 얄팍하게 썰어 채반에 펼쳐서 넙니다. 길게 오려낸 박은 뻣뻣해서 곧바로 줄에 걸쳐 널면 끊어지기 쉬우니 약간 시들어진 후에 널어 말립니다.

가을채소는 햇빛이 진하면서 바람이 설렁설렁 불어줄 때 깔끔하게 마릅니다. 잘 여문 박을 기후가 적절할 때 말리면 뽀얀 색깔이 나지만 서리 맞고 얼었거나 말리는 동안 날씨가 궂으면 거뭇해집니다. 거뭇한 박고지는 쓴맛이 날 것처럼 흉해 보여도 조리를 하면 잘 마른 것과 별 차이는 없는데, 보관 도중에 벌레가 나기 쉽습니다. 말린 채소는 알아보기 쉽게 비닐 지퍼백에 넣어 빈 항아리에 담아 놓고, 이듬해 여름이 가까워지도록 남아있으면 한 번쯤 햇빛에 널어 말립니다. 그래도 탈이 날 것 같으면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꽤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맛있게 먹을 때면 그만한 품은 들일만 하구나 싶습니다.

올해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줄곧 맑아 채소 말리기 좋은 날씨였습니다. 그 덕에 일찌감치 말린 박고지는 신선한 과육요리와 함께 나란히 상에 오릅니다. 호박고지나 시래기, 말린 가지는 볶아도 맛있지만, 박고지는 기름에 볶는 것보다 간장조림이 고유의 맛을 살리기 좋습니다.

귀농해서 처음 박을 보았으니 박나물은 물론 박고지도 직접 거둬서 먹어보기 전에는 어떤 맛인지 짐작조차 못했습니다. 박고지를 조려서 김밥을 말면 우엉김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는 지인들 얘기에 귀가 솔깃해서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만든 박고지조림은 과연 소문 그대로였습니다. 약간 달콤하고 꼬들꼬들하게 조리면 가히 밥도둑 반열에 오를 만합니다.

박고지조림은 부드러워지도록 물에 불렸다가 삶아 건진 박고지를 맛간장 양념으로 윤기 나게 조립니다. 충분히 불려서 삶으면 조리기 쉽고, 양념분량만 잘 맞추면 맛내기도 간단합니다. 조림 마지막 단계에 풋고추를 넣어 색감과 감칠맛을 살려도 좋고, 당면과 몇 가지 채소를 섞어 일품요리 잡채를 만들어도 근사합니다.

꼬들꼬들한 박고지조림이 김밥으로 완성되면 좀 더 풍성한 맛이 납니다. 박고지가 김밥의 품격을 높여주는데 여기에 생 깻잎을 넣으면 풍미와 씹히는 질감은 더 좋아지고 소화도 잘됩니다. 깻잎은 쌈이나 생채로 먹을 때보다 부드러워 넉넉하게 넣어도 전혀 거북하지 않습니다. 김밥에 따뜻한 국물을 곁들이면 한결 푸근하고 든든하지요. 심심하게 간을 한 바지락된장국물에 나박하게 썬 박을 넣어 가볍게 익히면 아삭한 건더기와 담백한 국물이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어줍니다.

탱글탱글한 가을햇살은 잡아두고 싶을 만큼 탐이 납니다. 이 좋은 햇살에 채소도 말리고, 맵시 있게 만든 박고지김밥으로 나들이도 즐겨보세요. 만든 박고지김밥으로 나들이도 즐겨보세요.

*박고지 깻잎김밥

[재료 준비]

- 현미밥 1½공기- 단촛물 2작은술- 김 2장- 박고지조림- 깻잎 12~15장- 열무뿌리 간장 장아찌 (또는 단무지) 40g- 당근 30g- 달걀 1개- 소금 • 식용유

박고지 조림: 박고지 30g, 집간장으로 만든 맛간장 1½큰술, 조청 3큰술, 물 2/3컵

맛간장: 집간장 300cc, 물 100cc에 잘게 썬 양파 1개를 끓여서 식으면 체에 밭쳐 국물만 받는다.

단촛물 : 식초, 황설탕, 소금을 3:1:1 비율로 섞어 끓여서 식힌다.

[만드는 방법]

*박 바지락 된장국

[재료 준비]

- 손질한 박 과육 350g- 바지락살 1/2컵- 된장 2큰술- 물 4컵- 풋고추 1개- 대파

[만드는 방법]

자운(紫雲)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최근 '산골농부의 자연밥상'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jaun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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