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우려가 현실로, "에이스도 아닌 콜이 망쳐"

정재호 입력 2015. 10. 8. 15:10 수정 2015. 10. 1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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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운명의 9월이 시작되던 때 해적선장인 닐 헌팅튼(46·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단장은 “궁극의 목표가 지구우승”이라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그때 이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5게임차 벌어져 있었고 그들이 워낙 강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문이었다. 그런데도 파이어리츠는 실낱같은 희망만 있다면 지구우승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와일드카드(WC) 1위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였다. WC 단판승부에서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가져오겠지만 WC 2위가 유력한 시카고 컵스가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 제이크 애리에터(29·컵스)를 내세우거나 혹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올라오더라도 2년 연속 매디슨 범가너(26·자이언츠)를 투입할 게 뻔했다.

당시 개릿 콜(25·파이어리츠)이 다소 부진하던 시점에서 단판승부에 대한 부담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홈필드 어드밴티지라는 것도 상대편에 막강한 에이스가 버티고 있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돌이켜보면 팀 재정상 한 경기를 확실하게 잡아줄 남들처럼 번듯한 에이스를 사오지도 키워내지도 못한 헌팅튼의 깊은 고뇌가 단판승부를 피할 단 하나의 길인 지구우승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낳았는지도 몰랐다.

개릿 콜이 마운드에서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후 파이어리츠는 신인왕 경쟁을 벌이던 강정호(28·파이어리츠)가 불의의 무릎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 끝까지 선전했지만 정규시즌 유일하게 100승을 거둔 카디널스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1992년 이후 23년만의 지구우승 꿈이 또 사라지던 날 못내 찜찜했던 부분은 현실이 된다. 믿었던 콜은 무너졌고 애리에터는 눈부신 호투로 파이어리츠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4만여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파이어리츠 대 컵스’의 내셔널리그(NL) WC 단판승부는 애리에터의 완봉역투(9이닝 4피안타 무실점 무볼넷 11탈삼진 등)를 앞세운 컵스의 4-0 승리로 끝났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의 기쁨은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으로 피로감만 더했다. 정규시즌 98승 팀이라는 자부심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이에 대해 피츠버그 유력지 ‘트리뷴-리뷰’의 칼럼니스트 랍 로시는 “간단하게 말해 콜이 좋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부진한 에이스에 대한 실망감은 컸다. 로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 이상이 콜에게는 필요했다”며 “적어도 5이닝 이상은 마운드에 붙어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못 친 야수를 탓할 것도 못 된다”면서 “콜이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첫 실점을 내주던 순간 파이어리츠는 이미 다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로시는 “콜은 파이어리츠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이지 에이스는 아니다. 이 둘의 개념은 큰 차이가 있다”고 깎아내리며 “올해 컵스의 애리에터나 1년 전 자이언츠의 범가너나 2년 전 카디널스의 애덤 웨인라이트(34)의 모습이 에이스”라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날의 뼈아픈 패배를 발판삼아 반드시 에이스로 발전해야 된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로시는 “콜은 그들처럼 에이스로 거듭나야 한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3년을 채 던지지 않은 25살의 젊은 투수여서 아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앤드루 맥커친(29·파이어리츠)이 해적의 일원으로 위대한 기량을 뽐낼 때 가장 중요한 경기를 이겨줄 에이스로 우뚝 설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정재호 (kem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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