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서 스트라빈스키까지.. 창의성의 뿌리를 찾아라

엄주엽기자 2015. 10. 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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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시리즈 1~4권 / 민음사

내년에 창사 50주년을 맞는 민음사가 향후 10년간 100권을 목표로 하는 '생각' 시리즈 1∼4권을 선보였다.

기존의 인문서들과는 색깔이 다른, 또 국내에서 처음 번역돼 나온 것들이라 눈길을 끈다. '현대사상의 모험' 시리즈를 통해 질 높은 인문·학술서를 내온 민음사가 이번에는 전문성보다는 인문교양 쪽, 그리고 창의성에 초점을 두었다.

1·2권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설득의 정치'(김남우 등 옮김)와 페리클레스·리시아스·이소크라테스·데모스테네스가 지은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김헌 등 옮김) 등 로마와 그리스 시대의 것이다. 3∼4권은 18세기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볼테르의 '불온한 철학사전'(사이에 옮김)과 19세기에 태어나 현대까지 살다간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의 시학'(이세진 옮김)이다. 페리클레스 연설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초역이다.

출판계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 자기계발서가 잘나가고, 불황이 깊어지고 미래예측이 힘들어지면 인문서 시장이 힘을 받는다고 얘기한다. 돌파구를 결국 창의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인문학이 생각의 힘을 키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공부해보면, 사실 가장 창의적인 사상가는 바로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다 나왔다. 인문학의 기둥인 철학과 문학의 대개 개념이 이때 만들어졌고 이후에는 모두 변주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로마의 텍스트가 현대의 '실용성'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오히려 실용성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더욱 둔중한 통찰을 줄 수 있다.

이번 시리즈는 공화주의 사상의 출발이자 로마공화정 회복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키케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리시아스와 데모스테네스 같은 열정 가득한 사상가들, 교회와 왕들의 절대권력에 대항하여 이성 중심의 사고 패러다임을 본격적으로 내세워 많은 박해를 받았던 볼테르, 그리고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클래식' 아이콘이었던 스트라빈스키까지 언어와 생각, 예술의 힘을 통해 창의적 돌파력을 발휘했던 인물들로 구성됐다.'문(문학)·사(역사)·철(철학)'에서 역사가 빠지고 예술이 들어간 모양새다.

알다시피, 그리스·로마의 정치는 연설과 설득을 통해 이뤄졌고, 수사학은 중요한 정치·사회적 수단이었다. 위대한 연설가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했다. 로마공화정이 독재 권력에 위협받던 시기에 정치 무대에서 '설득의 힘'으로 난국을 돌파한 키케로는 로마의 교육·문학·사상에 큰 영향력을 끼쳤고, 서양 수사학의 전통을 세운 인물이다. '설득의 정치'에선 그의 연설문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 역시 세계 역사를 움직인 그리스 수사학의 거장 4인의 대표 연설을 보여준다.

'불온한 철학사전'은 무신론·평등·관용·간통·우정 등 80개 가까운 개념을 가지고 통렬하면서도 유쾌한 문장으로 우리의 상식을 흔드는 지적 에세이다. 데카르트, 뉴턴 등 당대 앞선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개념사전이기도 하다. '음악의 시학'은 하버드대 시학 연단에 음악가로서는 처음 섰던 스트라빈스키의 화제의 강의이자 음대 필독서였던 책이다. 스트라빈스키는 독창성이 고전에서 비롯됨을 들려준다.

엄주엽 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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