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돼가는 블랙프라이데이

허재경 입력 2015. 10. 8. 04:51 수정 2015. 10. 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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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호응 저조에 추가할인 종용

제품 일찍 산 소비자들 항의 빗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에서 행사 문구 뒤로 소비자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부에서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 1일부터 2주간 진행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무리한 진행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전 준비 부족으로 미흡한 할인 혜택이 도마에 오르더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 권유로 시작된 추가 할인이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자기 시작된 정부의 코미디 같은 땜질식 처방에 화가 난 소비자들은 추가 할인만큼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이날부터 일제히 할인 품목과 할인 폭을 늘리는 추가 할인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달 초 행사 시작과 함께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비싸게 산 꼴이 됐기 때문이다. 백화점을 찾은 회사원 김모(40)씨는 “엊그제 40만원에 구입한 셔츠가 이틀 만에 3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뒤통수 맞은 기분이어서 영수증을 갖고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스럽기는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기대 이하란 비난을 들은 정부가 “남은 기간에 할인 품목과 할인율을 늘리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여기 맞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추가 할인을 했는데 불만의 화살이 온통 유통업체로 쏠리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행사 기간에 추가 할인을 해도 문제 없다는 조언을 듣고 진행했다”며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보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번 행사에 앞서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들과 3차례 회동하며 행사를 조율했다. 황규연 산업부 산업기반실장도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획해야 했는데 급히 서둘러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남은 기간 할인 품목과 할인 폭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추가 할인 부작용에 대해 “업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유통업체들에게 일일이 얼마씩 추가 할인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유통업계 스스로 해결해야 될 문제이며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의 부작용이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장경제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코미디를 만들었다”며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정부의 추가 할인 방침에 소비자들과 유통업계들만 혼란을 겪고 신뢰가 깨어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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