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서 한국말로 공연.."저, 떨리는데 웃음 나요"

입력 2015. 10. 8. 02:07 수정 2015. 10. 8. 1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役 맡은 네덜란드 교포 3세 전나영

[서울신문]“어릴 때부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고향인 한국에서 한국말로 공연하는 게 가장 큰 꿈이었어요. 이렇게 이뤄지게 돼 너무 기쁘고 긴장되고 설레요.”

네덜란드 교포 3세인 뮤지컬 배우 전나영(26)이 고국 무대에 처음 오른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을 통해서다. 2013년 뮤지컬 본고장인 영국 런던 웨스트앤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을 열연하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실력파 배우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985년 10월 영국 런던 초연 이후 ‘캣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자리매김됐다. 전나영은 이번 공연에서도 그를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반열에 올려놓은 판틴 역을 맡았다.

“판틴은 어린 나이에 홀로 딸을 키우며 온갖 시련을 이겨내는 인물이에요. 딸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모두 바쳐요. 예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은 버렸어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진실하고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해요.”

그는 “웨스트앤드 공연과 한국 공연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웨스트앤드의 ‘레미제라블’은 30년 전 처음 공연됐을 때와 똑같아요. 오리지널 작품이라 세월이 흘러도 변화가 없어요. 한국의 ‘레미제라블’은 작품도, 움직임도, 세트도, 연습 과정도 다 달라요. 똑같은 역이라 해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할 수 있어요.”

전나영은 이전에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엄마 역을 맡았다. ‘미스 사이공’에서 엄마인 킴 역을 300번 넘게 공연했다. “엄마 역할이 제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요. 열 살 어린 동생을 늘 품에 안고 돌보며 커가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동생을 돌보던 마음이 엄마의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50여년 전 네덜란드로 이민 갔다. 어머니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네덜란드로 이민 온 아버지와 결혼했다. 어릴 때부터 한국말을 접해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지만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는 아직 서툰 면이 있다.

“내용 전달을 위해 한국어 단어 하나하나가 완전히 제 언어가 될 정도로 만들었어요. 가슴 깊이 느낀 말들이 관객들 마음에 가닿을 수 있도록 노래할 거예요.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뮤지컬 배우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외국 생활에서 체득한 글로벌한 느낌도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여겨요.”

4살 때 영화 ‘서편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때부터 한국 무대에 서겠다는 꿈은 커져갔다. 청소년기에 ‘서편제’를 다시 본 뒤 판소리를 따라 부르며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고국 무대에 설 날을 고대하며 내실을 다졌다. 연극전문대학과 음악예술전문대학에서 연출과 연극, 춤, 노래 등 이론과 실전을 모두 익혔다. 대학 재학 중 월트디즈니 작품 ‘하이스쿨 뮤지컬’로 데뷔했다. 1년간 네덜란드 전국 투어 공연을 했다. 대학 졸업하던 해인 2012년 ‘미스 사이공’ 여주인공 ‘킴’ 역을, 이듬해엔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을 맡았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저를 키워주셨어요. 두 분 생전에 꼭 고국 무대에 서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보여드리고 싶어도 못 보여드려요. 치매를 앓고 계시거든요. 공연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객석 중앙에 앉아 계신다는 마음으로 제 모든 걸 보여드릴 겁니다.”

서울 공연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다음달 28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서울 공연에 앞선 대구 공연은 신당동 계명아트센터에서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다. 6만~14만원. (02)547-569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부담없이 즐기는 서울신문 ‘최신만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