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50등까지만 유리벽 자습실 제공 자극받으라고요? 어이없고 속상해요"

임아영 기자 2015. 10. 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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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 '줄 세우기 교육' 실태 토론1년간 제보 100여건.."정부, 서열화된 고교체제 바꿔야"

경기도 ㄱ고에는 성적 우수자들에게만 제공하는 자습실이 있다. 한 학부모는 “이 자습실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정수기도 따로 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자습실 근처로 가면 교실로 돌아가라고 혼낸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ㄴ고는 전교 50등까지 유리벽으로 공개되어 있는 자습실에서 공부하도록 했다. 한 학부모는 “다른 아이들이 보고 자극받으라고 그렇게 한다는데 어이가 없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양천지역 ㄷ고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엄마, 우리 반은 공부를 못한다고 찍혀서 선생님들이 쓰레기반이라고 해. 설명도 대충 해줘’ 그러면서 선생님들 욕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7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 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줄세우기 교육 실태 및 대책 마련 토론회’에선 성적 우수 학생들만 우대하는 학교 현장의 성적 줄세우기 사례가 쏟아졌다. 이 단체는 지난해 9월부터 ‘줄세우기 교육, 시민이 바꾼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전국 22개 지역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을 만났다. 이날 발표된 자료집에는 1년여의 캠페인 과정에서 확인된 생생한 제보 100여건이 실렸다.

송화원 캠페인팀 간사는 “성적 우수자들만 따로 모아 좋은 독서실을 제공하고, 입학·졸업식 등 학교 행사는 성적 우수자들만을 위한 잔치로 만들고 고입·대입·고시 합격자 현수막을 당연하게 내거는 등 오로지 성적 우수자들만을 위한 학교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며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사교육기관 특강이나 입시설명회를 하고 진로교육을 사설업체에 위탁하는 등 공교육기관임을 포기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은 6가지 심각한 과제를 선정해 전국 17개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성적 우수자 우열반(15개 지역), 성적순 기숙사 입사(15개 지역), 학원 등 사교육업체 입시설명회(13개 지역), 친구고발 상·벌점제(전 지역), 초등 일제식 고사(12개 지역), 명문대 합격 현수막 게시(전 지역) 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전국 58개 학교에 151건을 개선 요청했고 23개 학교에서 시정하거나 폐지했다고 밝혔다. 대구 상원고는 성적 우수자 40명이 서울대를 탐방하는 것을 폐지했고, 동두천외국어고는 유리부스 안에서 우수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유부남, 유부녀 특별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송 간사는 “너무나 오랫동안 줄세우기 교육을 봐 왔기에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교육부는 줄세워 선발하는 대학입시와 서열화된 고교체제부터 바로잡아야 하고, 17개 시·도교육청은 줄세우기 교육을 개선하는 일에 착수해 ‘입시 실적경쟁 교육’ 중단 선언 및 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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