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생일 앞두고..유엔 '최악의 부패 스캔들'

남지원 기자 입력 2015. 10. 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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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애시 전 의장 13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 기소

홍콩에서 만든 최고급 맞춤정장 5만9000달러, 롤렉스 손목시계 2개 5만4000달러, 신형 BMW 승용차 리스 비용 4만달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컨트리클럽 멤버십 비용 6만9000달러, 자택에 농구코트를 짓는 데 쓴 돈 3만달러….

6일 미국 연방검찰의 공소장에 드러난 존 애시 유엔총회 전 의장(61·사진)의 ‘뇌물 사용처’다.

연방검찰은 애시 전 의장을 2013~2014년 제68차 유엔총회 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마카오의 부동산개발업자 등 중국 기업인들로부터 130만달러(약 15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날 체포하고 뉴욕연방법원에 기소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 출신인 애시 전 의장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아버지와 바베이도스 플랜테이션 농장 노예의 후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엔 대사와 유엔총회 의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그는 유엔총회 의장 재직 기간 ‘치부’에 집중했다. 마카오 부동산재벌 응랍셍으로부터 50만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고 “마카오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유엔 콘퍼런스 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문건을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응랍셍으로부터 매달 2만달러를 상납받은 프란시스 로렌조 도미니카공화국 유엔 부대사가 중개인 역할을 했다. 미 검찰은 로렌조 등 5명을 애시 전 의장과 함께 수뢰 혐의로 기소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애시 전 의장이 관리하는 계좌에는 300만달러 이상이 쌓여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프릿 바라라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애시는 롤렉스 시계와 농구코트, 맞춤 양복을 대가로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이끌던 국제기구까지 팔았다. 이익을 위한 발판으로 유엔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00년대 초반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이 이권사업으로 변질돼 광범위한 부패 스캔들이 불거진 후 유엔이 맞닥뜨린 최대 악재다. 역대 최고위급의 거물 인사가 연루된 만큼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이달 말 창설 70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충격을 받았으며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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