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철갑둥어 등장한 동해안..한반도 아열대화 신호?

김필규 입력 2015. 10. 7. 21:58 수정 2015. 10. 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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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지금 제 뒤로 고래상어 모습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희 JTBC에 컴퓨터그래픽디자이너 김민우 씨가 직접 찍은 고래상어의 모습입니다. 컴퓨터그래픽이 아니고 실제로 찍은 겁니다. 필리핀 해역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원래 스킨스쿠버를 잘 하기 때문에 이렇게 찍었는데요.

오늘(7일) 그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고래상어가 원래 아열대 해역에서만 산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 고래상어가 지난달 말 동해안에서 잡혔습니다. 그러자, 이제 한국이 정말 아열대기후가 됐구나 하는 이야기가 나왔죠. 오늘 팩트체크에서는 정말 그런 건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최근 들어 아열대 어종이 동해에서 유독 자주 잡히고 있다고 하죠? 고래상어뿐만이 아니라.

[기자]

그렇습니다. 8월 3일에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리 앞바다에서 흉상어가 잡혔는데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입니다.

이건 열대어의 일종인 철갑둥어라는 물고기인데 지난달 15일에 역시 동해안에서 잡혔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동해에서 잡힌 게 조금 전 보신 고래상어인데요, 멸종위기종인 이 고래상어가 그런데 바로 어제 또 전남 영광 염산면에서 잡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동해와 서해 모두에서 고래상어가 나타난 건데, 팩트체크가 처음 전해드리는 소소한 단독입니다.

[앵커]

이건 어떻게 구했습니까?

[기자]

제보를 받았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제보자분한테 감사해야 할 일이군요.

[기자]

네, 그동안 동남아의 스콜을 연상시키는 국지성 호우가 엄청나게 내릴 때, 또 제주도가 아닌 내륙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하게 됐다는 소식 전해졌을 때마다 "한반도가 이제 정말 아열대 기후가 됐구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반응이 나온 겁니다.

[앵커]

실제로 그렇습니까? 아열대 기후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기자]

보통 기후를 나눌 때 일반적으로 쾨펜의 기후구분법을 쓰는데, 열대와 건조, 온대, 냉대, 한대 등 5종류만 있고 아열대기후라는 구분은 없습니다.

보통 위도 25~35도 사이의 열대기후 주변을 아열대기후로 보기도 하는데 정확한 분류기준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한반도는 냉대기후와 온대기후로만 나뉘는데, 미국 지리학자인 글렌 트레와다의 정의에 따르면 '1년 중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곳'을 아열대기후로 봅니다. 그러면 현재 남해, 여수, 부산, 포항 등을 포함한 남해안 지역이 아열대기후가 되죠.

한편 존 그리피스라는 학자는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6~18도 사이라면 아열대기후'라고 봤는데 그러면 제주도 서귀포 정도가 이에 해당합니다.

[앵커]

저 기준상으론 벌써 한반도 일부가 아열대기후에 속해 있다, 이렇게 본다는 얘기인데. 예를 들어 여름철 폭염이나 폭우 같은 걸 놓고 볼 때도 이미 그 단계로 가는 것 아니냐… 비도 특정 기간만 계속 오고 나머지는 잘 안 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기자]

예, 그런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냐, 그에 대한 학자들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최영은 교수/건국대 지리학과 : 언론에서 자꾸 여름철이 되면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우리나라는 우리나라가 생긴 이래로 늘 여름철이 열대기후였어요. 기온은 항상 높았고, 강수량은 많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고온화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열이 쌓인 것을 아열대화라고 얘기하기엔 아직 좀 문제가 있을 것 같고요.]

특히 아열대라고 하면 연중 기온 차이가 크지 않고 강수량이 고르게 나와야 하는데, 한국은 이 차이가 너무 커서 아열대로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계속 열대작물을 키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건 맞잖아요? (그렇습니다) 남쪽 과일이 자꾸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고, 바다에는 아열대 어종들이 자꾸 나타나고…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그동안 한라봉이나 녹차, 멜론 같은 작물의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 꾸준히 전해졌었죠.

과거 정보가 부족할 때는 이런 식생을 가지고 기후구분을 하기도 했는데 이젠 기상관측 자료만 활용하고, 또 이런 작물을 가지고선 아열대다 아니다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허창회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 아열대화라는 거는 큰 의미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지구온난화가 되면서 겨울철에 한파는 감소하는데, 횟수가 감소할 뿐이지 한파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아요. 아열대 식물이라든가 동물이 한파를 이겨내지 못한다. 아열대 생태계 자체가 겨울을 날 수가 없다는 이야기에요.]

겨울에 온실이나 난방장치로 열대작물 키우는 건 아열대기후로 볼 수 없다는 건데, 또 동해에 아열대 어류가 한두 마리 나타난 것 역시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지, 아열대화의 증거로 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럼 오늘 팩트체크에서 간만에 단독 보도한 고래상어도 길을 잃은 겁니까?

[기자]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걸 보면, 예를 들어 명태 같은 경우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하잖아요. 1년 내내 찾기 어렵다고… 그런 걸 봐서도 바뀌고 있는 건 분명 맞는 것 같은데.

[기자]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날씨가 계속 오르고 있는 건 맞지 않느냐는 지적 있는데요.

실제로 1954년 이후 10년마다 0.23도씩 증가했던 연평균기온이 최근 10년 동안은 0.5도나 상승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지, 한반도 아열대화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였습니다.

아무튼 당장 아열대화를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반도는 혹한과 혹서가 있는 독특한 환경 속에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잘 지켜보며 대비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어떤 분들은 '우리 후손들은 야자수 밑에서 지낼 것이다'라는, 아열대로 다 바뀌어서요, 그런 얘기도 하는데, 오늘 이야기 들어보니 그렇게까진 아닌 것 같군요.

[기자]

좀 더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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