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울' 근무시간 절반 길에서.. 나는 '길과장' 입니다

파이낸셜뉴스 2015. 10. 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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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3년.. 공무원·기자들 여전히 고단한 하루세종 회의 대면보고 위해 서울 갔다 다시 세종으로이들 취재하는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이 왔다갔다..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3년.. 공무원·기자들 여전히 고단한 하루
세종 회의 대면보고 위해 서울 갔다 다시 세종으로
이들 취재하는 기자들도 어쩔 수 없이 왔다갔다..

기획재정부 A 과장은 세종에서 2시간가량 진행되는 토의에 30분도 채 앉아있지 못합니다. 서울로 대면보고를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나머지 1시간30분 동안 오간 회의내용은 따로 시간을 내서 따라잡아야 합니다. 그는 오늘도 서울로 왔다갔다 하느라 하루 네 시간을 씁니다. 그의 별명은 '길과장'입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서울 출장을 줄이도록 방침을 정했지만 세종시에는 길과장으로 불리는 이들이 아직도 수두룩합니다.

아직 세종으로 거처를 옮기지 못한 B 과장은 아침에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근합니다. 서울에서 오전에 관계기관 간 미팅이 있고 오후에 회의가 있어 서울에 있으면 좋겠지만 세종에서 기자단 브리핑이 있습니다. 브리핑을 마치고 서울 회의에 참석하니 오후 3시. 벌써부터 진이 빠집니다. 하지만 B 과장은 다시 세종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중요한 만찬이 세종에서 있기 때문입니다. 만찬을 하고 다시 서울로. B 과장은 오늘 W자 코스를 밟았습니다.

불려다니는 과장급이나 지시를 하는 국장급 공무원 '길국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엔 한 국책연구원 원장님의 하루를 쫓아가 볼까요. 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원장님도 거처를 세종시로 옮겼습니다.

세종에서 아침 회의를 주재한 원장님은 서울로 출발합니다. 연구원이 개최하는 컨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예순의 나이지만 여기까지는 거뜬합니다. 워낙 일상이니까요. 오늘은 오찬과 만찬이 모두 서울에서 있습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스케줄입니다. 아뿔싸. 오늘은 본원에 외국 손님들이 오는 날이었다네요. 장차관급 방문단이기 때문에 원장님이 직접 맞아야 합니다. 오찬 후 황급히 세종행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오후 4시쯤 도착해 이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내려오는 길에 준비한 환영사도 읽었습니다.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원장님은 다시 서울로 올라옵니다. 아까 그 만찬, 잊지 않으셨죠?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길 제일 끝에 서있는 사람은 '길기자'들입니다. 날마다 길과장·길국장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출퇴근족들은 더 그렇습니다.

오늘은 중요한 취재원과 만나기로 한 날입니다. 세종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세종으로 출근하는 날은 오전 5시에 눈을 뜹니다. 평소보다 1시간30분 이릅니다. 아침 6시~6시30분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8시50분쯤 세종청사에 도착합니다. 약 두 시간 걸립니다. 휴일 다음 날이거나 비오는 날에는 조금 더 늦어지기도 합니다.

기차로 가볼까요. 집→서울역(1시간)→KTX오송역(1시간)→정부세종청사(40분)로 가는 길은 합쳐서 2시간이 훌쩍 넘습니다. 최소 네 번은 갈아타야 하니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9시가 다 돼서야 청사에 도착합니다. 9시에 시작되는 브리핑을 들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브리핑 듣고 기사쓰고 있는데 문자가 '띠릭' 울립니다. 아까 그 길과장입니다. 갑자기 서울로 보고를 가게 되어 점심식사가 어렵다고 하네요. 씁쓸합니다.

여차저차 끼니를 때우고 들어와 기사를 마감합니다. 오전에 쏟아지는 자료와 브리핑을 소화하느라 마감은 오후 3시30분이 다 되어서 끝납니다. 숨 좀 돌리고 다음 기사감을 찾으려고 하는데 벌써 4시입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저녁 식사자리가 있어 5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세종시에 있는 김에 마와리(취재원 방문)를 돌고 싶지만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를 응대하다보면 결국 허겁지겁 일어나 서울로 와야 합니다.

세종에서 취재원들과 저녁 자리를 하는 날은 더 막막합니다. 7시께 시작되는 저녁 자리는 늘 1차만 하고 일어나야 합니다. 9시에 출발해도 집에 오면 자정이 넘어갑니다. 2차 자리에서 오간 대화가 기사화되는 날은 더욱 아쉽습니다. 통상 기사거리는 2차 자리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1차에서 일어나지만 분위기상 2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기차 막차시간을 넘겨 자리가 끝나기도 합니다.

다음 날 세종에서 오찬이 있는 경우엔 많이 자야 3시간 정도 눈 붙이고 다시 내려옵니다.

취재원과의 저녁 자리가 없는 날은 세종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퇴근 버스를 탑니다. 퇴근 버스는 저녁 6시30분에 출발합니다. 별달리 막히지 않는 데도 9시가 돼서야 서울에 도착합니다. 하루에 4시간30분을 버스 안에서 보낸 겁니다. 길에 시간을 쏟는 동안 체력도 같이 바닥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정부청사와 취재원이 거기에 있는데요.

psy@fnnews.com 박소연 안태호 기자

※이 기사는 정부청사의 세종이전 3주년을 맞아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공무원과 연구원, 기자들의 고단한 세종 생활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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