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시해 120주년..계룡산 일본산 향나무 제거
국립공원관리공단, 일제 잔재 청산…고유 수종 반송 심어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10월8일) 120주년을 맞아 계룡산 중악단 앞에 심어진 일본산 가이즈카향나무 2그루를 제거했다고 7일 밝혔다.
일제 잔재 향나무를 제거한 자리에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반송을 심었다.
가이즈카향나무는 일본을 대표하는 조경수다. 공단이 문헌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초대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1909년 대구에 갔다가 달성공원에 이 나무를 기념식수했고, 이후 한반도에서 기념식수 수종으로 가이즈카향나무가 유행했다.
중악단(보물 제1293호)은 국가의 안위를 위해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사처다. 1394년(태조 3년)에 중건된 이후 1651년(효종 2년) 미신숭배 사상 배척 등의 이유로 폐단됐다가 1879년(고종 16년)에 명성황후의 명으로 재건됐다.
매년 10월에는 이곳에서 '고종황제·명성황후 추모 천도대제'가 열린다.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했던 조선은 3곳의 산에 제사처를 만들어 삼악(三嶽)으로 삼았다. 묘향산 상악단·계룡산 중악단·지리산 하악단이다. 그 중 유일하게 중악단만 남았다.
특히 조선 후기의 궁궐 건축 양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해 소규모임에도 화려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조성돼 건축사적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라고 공단은 설명했다.
공단은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악단 앞에 일본 향나무가 심어져 있어 경관과 민족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제거는 국립공원과 사찰의 전통 경관을 개선하고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즈카향나무 제거 모습>
<반송 식재 후 모습>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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