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 교훈] 내수 불 지피려면 "아빠를 휴가보내라"

김현정 입력 2015. 10. 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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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프'에서 배우는 교훈 기획시리즈(중)
여가 문화 발달한 폴란드 사례 눈길
인구 4000만명 안되지만 유럽 최고 성장률
광복절 임시휴일, 5조원 경제효과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국 내수시장은 작다."

'5000만명' 대한민국의 인구규모는 경제성장의 한계점으로 종종 언급돼왔다. 내수 확보를 위한 인구규모는 최소 1억명 정도이며, 이에 크게 못미치는 한국 시장은 너무 작다는 고정관념도 존재한다.

그러나 유럽의 강소국, 폴란드의 경제성장은 이 같은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를 보여준다. 인구 4000만명을 밑도는 폴란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나라다. 2011년 유로존의 재정위기 가운데서도 유럽연합 27개국 평균 경제 성장률(1.6%)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3%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성장 전망치도 3.8% 수준으로 유럽 최고치다. 주요 성장 요인으로는 활발한 외국인 투자유치, EU 펀드 유입, 유로 2012 개최 준비에 따른 건설ㆍ인프라 개선, 그리고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내수시장'을 꼽는다.

내수의 기저에는 기본적으로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폴란드의 생활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폴란드는 소득이 낮은 지방 소도시까지도 문화시설이 충분해 일반인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구비돼 있다. 연극, 음악 등의 연간 공연 횟수도 약 5만회에 이른다. 국민 스포츠로 꼽는 스키나 축구경기를 위해 매주말 아침 거리 일부분을 폐쇄하기도 한다. "모든 날이 경축하기에 좋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축제문화도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소비부진은 구조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 한국은 가계의 부채규모도 문제고, 소득수준의 향상도 지지부진하다. 자산효과는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적 측면이 아닌, 정서적 측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폴란드의 사례 역시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일에 매달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인의 생활 패턴이나 소비습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쉴 땐 쉬고, 일 할 땐 일하는' 환경이다.

주말이던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대신해 정부가 전날인 14일을 임시 휴일로 재정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 이벤트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소비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4일 임시공휴일 하루의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액 3조85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3100억원, 취업유발인원 4만5700명에 달한다. 이날 통행료 면제로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518만대를 기록했다. 최고 교통량을 보였던 작년 추석(525만대)에 이어 역대 두번째의 통행량이다. 통행료 면제액만 141억원에 달한다.

'일벌레'에서 벗어나 여가시간을 즐기는 생활패턴이 내수시장에 촉매제역할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이 같은 분위기가 소비성향으로 굳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정기적인 이벤트 개최, 여가공간이나 공연시설, 레저공간 확충 등의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국내 소비시장의 주요 축인 중국인관광객도 국내 소비시장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정부가 중국 국경절 첫 날인 10월1일부터 '블프'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인 입국자수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620만~650만, 국내 소비지출 금액은 19.2% 늘어난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증권사는 자사의 추정치대로 월평균 입국자 수가 54만명에 도달할 경우 국내 성장률이 0.2%p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함께 내놨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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