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사회' 진입 여성 지위도 높아졌나?

2015. 10. 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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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고령화와 남아선호사상 완화 때문… 50대부터 여성 인구가 많아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앞질렀다. 1960년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여성 인구는 2571만5796명이다. 2571만5304명인 남성 인구보다 492명 더 많다. 8월에는 4804명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년 전인 1995년만 해도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22만명이나 더 많았다.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한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원은 “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했다”고 말했다. 물론 성 차별이 심각한 서남아시아 등에서는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많다. 그러나 유럽이나 북미,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추월한 지 오래다.

제도권선 여전히 남성이 주도권

두 가지로 분석됐다. 고령화와 남아선호사상 완화다. 보통 자연상태일 때 남녀출생성비는 106대 100 정도다. 태어날 때는 남성의 숫자가 더 많다. 그러나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보니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수록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앞지르게 된다. 남아선호가 강했던 때는 남녀출생성비가 106대 100을 넘어섰다. 태아의 성감별이 가능해진 이후에 출생성비는 110대 100을 훌쩍 넘어섰다. 가장 높았던 때는 1990년대로, 116.5대 100까지 치솟았다. 이후 남아선호 분위기가 완화되면서 2001년 109.1, 2005년 107.8, 2007년 106.2로 자연상태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남아선호가 사라진 것은 입양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입양의 추세를 보면 남아의 국내 입양 비율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국외 입양 비율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홀트아동복지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국내 입양된 아동 405명 중 남아는 130명으로 전체의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1970년대 초반에는 남아 입양 비율이 63%였다. 남아보다 여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반세기 만에 남녀 입양 비율이 역전된 셈이다. 물론 지금도 남아선호의 잔재는 남아 있다. 셋째·넷째 아이의 출생성비가 110대 100 정도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아들을 낳기 위한 출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아선호사상은 과거에 비해 많이 완화돼 여초사회로 진입하게 된 주요한 배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령화와 양성평등 추세의 강화로 앞으로도 여초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아감별 같은 남성중심 사회의 인위적인 조절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여초는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5~7년 정도 오래 산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 2013년 기준 여자의 평균수명은 85.1세인 반면, 남자의 평균수명은 78.5세다. 통상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평균수명이 차이가 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남성이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높고, 술·담배를 가까이 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돼 왔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음에도 남녀 평균수명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가 사회적인 결과라기보다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여성노인의 빈곤, 사회문제화 가능성

2010년 영국 뉴캐슬대학 톰 커크우드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커크우드 교수와 연구진은 여러 생물종의 성별 평균수명을 조사했다. 침팬지, 돌고래, 바다사자 등 대부분의 생물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었다. 연구진은 남녀의 이런 유전적 차이를 진화론의 자연선택설로 설명했다.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생명체는 유전자의 단기 운반체 역할을 한다. 단기 운반체 역할을 하는 생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번식이다.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서 결정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암컷의 건강한 신체상태다. 반면 수컷의 건강은 번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여성의 세포는 번식에 유리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내부의 이상이 오염을 더 빠르게 치유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반면 남성에게는 생식을 위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 작용해 여성에 비해 치유능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진화론적으로 수명이 여성보다 짧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여초현상이 굳어지게 되면 남녀성비는 점점 더 벌어질까. 통계는 이러한 흐름이라면 2020년에는 한국의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14만명 정도로 앞지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격차가 갈수록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있다. 이삼식 연구원은 “2100년까지 흐름을 추정해보면 97대 100의 남녀 성비 수준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수명 연장에도 한계가 있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남성의 수명 또한 늘어나 여성의 수명을 따라잡으면서 성비의 격차가 무한정 벌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초사회의 진입은 한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2015년 들어 최초로 여초사회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성의 인구가 늘면 보편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 것이라는 진단은 착시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게 초등학교 여성 교원의 증가다. 최근 5년간 초등교원 성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여교사의 비율은 2010년 73.5%에서 2011년 74.1%, 2014년 76.9%로 매년 증가했다. 초등교원의 성별이 극단적인 불균형 현상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남성 교원 할당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남성이 여성에게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어떤 전문직이든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성비가 맞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그러나 초등교원의 불균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남성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가게 되면 위험하다. 초등학교 여성 교원의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직업과 직종에서 여성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성 교원의 숫자가 많아 남성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에 여전히 장벽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여성의 숫자 증가만으로 여성의 지위가 올라갔다거나 남성의 역차별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 교수의 보충설명을 들어보자. “최근에 남성들이 역차별이나 여혐을 이야기하는 맥락을 잘 구분해야 한다. 데이트와 같은 사적 관계와 결혼을 비롯한 제도화된 관계는 다르다. 데이트 관계에서 나타나는 남녀 위계와 결혼 관계에서 나타나는 남녀 위계는 다르다. 제도화된 영역에서는 여전히 남성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이 차이를 잘 구분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초사회의 진입을 전체 여성의 맥락에서 보기보다는 특정 연령대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 인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60세 이상으로, 전체 여성 인구의 20.0%다. 1990년 9.6%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여초현상은 특정 연령대의 인구가 주도하는 현상이므로 그 연령대에 초점을 맞춰서 봐야지 절대적인 숫자가 늘었다고 전 연령대를 통틀어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106대 100의 자연출생 성비를 유지하다가 성비가 역전되는 연령대는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여초현상이 나타나는 대부분의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삼식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이 아니라 노년 인구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여초현상이 여성의 노후 빈곤과 연결될 개연성이 높다. 여성의 경우 직장생활을 남성들보다 덜해 경제 자립도가 낮고, 그러다 보니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덜 돼 있다. 연금제도만 보더라도 연금수령 당사자인 배우자가 사망했을 경우 유족연금으로 전환되는데 그러면 연금이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여성 노인의 경제적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3년 기준 50.2%다. 2004년 49.9%였던 것에 비해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반면 국가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여성 노인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아 47.2%에 달한다. 여성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처해 있는 셈이다.

노명우 교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빈곤율과 겹치고, 이것이 가족 재배치 경향과 다시 맞물리면 위험한 상황이 된다”면서 “노인이고 여성이면서 빈곤하고 게다가 그들을 보호할 가족이 없는 극단적인 사례가 많아지면 이것이 사회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노인의 생활실태와 빈곤 해소방안’에서 “여성 노인의 빈곤은 단순한 소득의 중단뿐만 아니라 생애사적으로 누적되어온 소득과 자산소득의 젠더 간 불평등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결국 여초사회가 초래할 여성 노인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연령대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성별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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