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회창·정동영·386..알고 보면 '전략공천 동문'

김태은 기자 2015. 10. 7. 09: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런치리포트-전략공천 명암①]물갈이·선거승리 '명분'..근저엔 계파정치 속성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the300][런치리포트-전략공천 명암①]물갈이·선거승리 '명분'…근저엔 계파정치 속성]

'3김시대'를 지나 '보스정치'가 약화된 정치권에서 전략공천은 '새인물, 새정치'를 위한 '물갈이'로 정당화돼 왔다. '돈정치', '구태정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정치권이 새로운 인재영입에 적극 나섰던 것도 전략공천 필요성을 더했다. 스타급 정치신인의 탄생에는 전략공천을 통한 사전정지작업이 뒤따를 필요가 있었다.

◇15, 17대 국회, '전략공천' 통해 스타급 신인 대거 국회 진입

여권에서 전략공천의 '좋은 예'로 꼽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정치권 인재의 산실로 불리는 15대 국회다. 김무성·김문수·홍준표 등 여권 차기 대권주자들이 모두 199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 쟁쟁한 중진들도 15대 국회 동기다. 1998년 재보궐선거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박근혜 대통령과 비례대표에 해당하는 전국구 1번을 배정받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까지 한국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인들이 이 때 정계에 들어왔다.

15대 국회를 앞두고 외부 인사 영입을 주도한 인물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였다. 김현철씨는 최초로 여론조사를 공천방식에 도입해 인물 참신성과 당선 가능성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권력 실세가 주도한 '하향식' 내리꽂기 공천이었지만 15대 국회에서 여당의 '물갈이'는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여당이 늘 열세를 보였던 서울 지역 47개 지역구 중 24개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더구나 김문수 이재오 등 재야 인사를 영입해 개혁 색채를 입힌 것도 큰 성과였다.

야권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5대 총선 1년 전인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네 번째 대통령 도전을 위해 참신한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때 영입된 인사가 '천·신·정'의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다.

당시 권노갑 전 고문이 김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15대 총선에 내보낼 참신한 인물들을 물색하고 다녔고 방송뉴스 앵커들의 잇따른 정계진출에 자극받아 야권도 MBC 앵커였던 정 전 의원을 영입했다. 권 전 고문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전주 출마를 희망하는 정 전 의원을 위해 호남물갈이를 기치로 내걸고 해당 지역의 현역 의원을 낙천시킨 바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15대 국회와 더불어 17대 국회 역시 전략공천에 의한 새 인물들의 국회 진출이 활발했다. 여권은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386(당시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 30대)' 운동권 출신들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중진들을 거꾸러뜨리고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야권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제왕적 총재'의 권한을 휘둘러 이른바 '창' 계파 신인들을 국회로 불러들였다. '탄핵 바람' 속에서 어렵게 배지를 단 이들은 훗날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의 주도적 역할을 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현재 새누리당의 허리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이회창 전 총재의 전략공천으로 정계에 입성한 케이스"라며 "전략공천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근저에는 '당 장악' 권력투쟁 속성

이처럼 전략공천이 정치권 인재 영입과 선거 승리를 위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지만 그 기저에는 당 장악을 통한 권력투쟁의 속성 또한 도사리고 있다.

15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은 문민정부 말기 국정운영의 주도권 장악을 국회 물갈이로 이루고자 했다. 김현철씨는 외부 인재 영입으로 민주자유당의 색깔을 지우는 한편 "대통령 중심의 강한 집권여당을 만들고 계파 갈등에 좌우되지 않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싶었다"고 당시 전략공천 의도를 설명했다.

즉 정권 말기 미래권력으로 권력이 분산되는 양상 속에서 대통령 권력을 뒷받침할 인사들을 국회에 '내리꽂기'위해 전략공천을 활용했다는 말과 다름아니다.

문민정부 말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미래권력으로 자리매김한 이회창 전 총재 역시 김영삼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제왕적 권력을 확립하기 위해 당 주도 세력의 교체가 절실했고 전략공천은 훌륭한 수단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권이 제왕적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권력구조 속에서 '물갈이'를 빙자한 '고기갈이'에만 전념하면서 전략공천이 권력을 향한 '줄서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당 체제의 고착화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선거 구조 역시 전략공천이 인적쇄신보다는 계파 정치와 권력 교체에 따른 보복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비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다당제를 가능케 하는 정치 구조의 변화와 정치 신인들의 등용문을 보다 다양화할 수 있는 정당 문화 개혁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