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性病 환자, 매년 6.6% 늘어.. 20~30대의 13배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2015. 10. 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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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약 등 해결책 많아져..환자 절반 이상 '무증상 성병' 폐경 이후 女, 감염에 더 취약.. 바른 노년 성생활 교육 필요

4년 전 남편과 사별한 최모(67·경기 분당시)씨는 올 여름부터 소변을 볼 때마다 생식기 쪽에 통증이 생겼다. 소변검사 결과 염증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다. 최근 성접촉이 있었는지 묻는 의사의 질문에 최씨는 완강히 부인하다가 지난 봄부터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정밀검사에서 성병을 일으키는 '항문생식기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최씨의 남자 친구는 무증상 성병 상태였고, 성관계를 통해 성병 바이러스를 최씨에게 옮긴 것이다.

◇고령 성병 환자 매년 6%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 성병 환자는 2010년 2만8030명에서 2014년 3만6233명으로 연평균 6.64%씩 늘었다〈그래프〉. 같은 기간 전체 환자 연평균 증가율(3.3%)의 두 배가 넘고, 20~30대 연평균 증가율(0.5%)의 13배나 된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랜드비뇨기과 황진철 원장은 "여성 성병의 70~80%, 남성 성병의 50%는 증상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무증상 성병 상태에서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성생활을 즐길만큼 건강한 노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20여 년 전의 65세와 현재의 65세는 나이만 같을 뿐 신체적으로 전혀 다르다"며 "성적 욕망은 여전히 왕성하고 성생활을 즐길 능력도 있는데 배우자가 오래 아프거나 배우자와 사별을 하면 성생활을 즐길 상대가 없어지기 때문에 음지에서 파트너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번갈아가며 성생활을 즐기다 보면 성병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치료제도 성병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발기가 되지 않으면 성생활을 즐기기 어려웠지만 발기부전치료제나 호르몬 보충요법 등 성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나오면서 욕구를 해소할 기회가 늘었다는 것이다.

◇여성이 성병 감염에 더 취약

성병은 노인 남성에게 많을 것 같지만 여성이 더 많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남성 환자는 1만74명에서 1만480명으로 연간 1%씩 느는데 그친 반면, 여성 환자는 1만7956명에서 2만5753명으로 증가율이 9.45%나 된다. 나이가 들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생식기 보호작용이 어려워져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는 "여성은 폐경을 하면 질벽이 얇아지고 성교 시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액 분비가 줄어 질벽에 작은 상처만 나도 바이러스가 쉽게 공격한다"고 말했다.

◇노인, 성적 주체로 인정해야

사실 고령 성병 환자 증가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보건당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노인 성병 환자가 늘고 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2012년 노인 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만들기도 했다. 윤하나 교수는 "성교육은 그동안은 유년기, 청소년기에만 집중했다"며 "노인의 성생활을 '주책맞다'며 공론화를 꺼리는 것보다 노인을 성적 욕망이 있는 주체로 인정하고 성병 감염과 전파를 막는 목적의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병은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레이저 등으로 치료가 잘 되는 만큼 숨기지 말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형래 교수는 "단 혼자 치료해서는 안 되고 파트너와 함께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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