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중 한 명 암 걸리는 시대, 암 정복이 미래 먹거리 될 것"

문병주 2015. 10. 7. 01: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9> 세베린 슈완 로슈 회장바이오제약 세계 1위 이끈 슈 완 회장
세베린 슈완 회장은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종양학 세미나’에서 면역항암제를 통해 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 로슈]

“20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암(癌) 치료’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엔 ‘인간 면역’을 통한 치료법이 가능해질 것이다.”

 생명공학을 이용한 ‘바이오 제약’ 세계 1위인 로슈의 세베린 슈완(48) 회장은 5∼10년의 가까운 미래에 ‘암 정복’이라는 인류의 숙원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스위스 바젤의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다.

 제약업 선두주자로서 그는 “몸 안의 면역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암 세포를 죽이고, 재발을 막는 치료법으로 의료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대전환)’가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 정복은 생존의 기술인 동시에 미래 먹거리 산업의 새 씨앗이기도 하다. 이미 각국은 ‘고령화 물결’ 속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는 2030년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바이오 시장이 1800조원까지 성장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유전자·줄기세포 치료’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아직 암 치료는 정복 못한 관문으로 남아 있다. 슈완 회장은 “암 정복의 새로운 루트를 찾기 위해 해마다 10조원 넘는 돈을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패러다임 시프트의 전환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다양성·포용이 중요하다”며 “조직 관리 역시 개발도상국 인재들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사고를 실천에 옮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촌 난제를 풀어나갈 코드의 하나로 ‘개방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와 두 차례 대면·서면 인터뷰를 통해 향후 50년간 ‘메가톤급 화두’로 지속될 ‘메디컬 산업’ 미래를 짚어봤다.
 -‘면역 항암제’라는 게 뭔가.

 “기존 치료제는 암 세포를 직접 죽인다. 그러나 면역 치료제는 사람 면역 세포의 활동을 돕는다. 암이 발생하고 전이되는 가장 큰 이유는 면역 세포가 암 세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는 면역 세포의 인지 기능을 회복시켜 암을 공격하게 유도한다.”

 -건강 관리 기법이 발전하면서 암은 미래에 줄어들지 않겠나.

 “그 반대다. 수명이 늘고 암을 유발하는 환경이 증가하는 데다 직장 스트레스와 육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구 3명 중 1명은 암으로 고통을 받는다. 나머지 2명은 가족·동료가 암에 걸리는 걸 목격할 것이다.”

 슈완 회장은 “조만간 면역항암제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슈는 올해 11개 면역항암제에 대해 ‘3단계 임상시험’(출시 전 단계)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방광암·폐암에서 종양 크기가 27% 넘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면서 고무돼 있다.

 그는 “이 같은 혁신은 꾸준한 장기 투자의 결과”라고 했다. 로슈는 지난해에 매출의 20%가량인 10조6804억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첫 항암제인 ‘플로로라실’ 출시(1962년) 등 최초 메달이 즐비하지만 ‘바이오 시대’를 끌고 가기 위한 혁신 페달에 더욱 가속도를 내는 것이다. 슈완 회장은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아무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슈는 설립 120여 년을 맞는 고령 기업이다. 한국 제약업의 역사도 120년에 달하지만 자체 개발한 ‘신약’은 20여 개뿐이다. 선진국 약을 베끼는 ‘복제업자’ 신세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제조업 중심의 미래성장 전략에 한계를 인식한 정부는 2009년 바이오 의약품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로슈 같은 회사와 대적할 회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슈완 회장은 ‘대전환기’를 준비하는 강력한 무기로 ‘위험 감수’라는 코드를 얘기했다.

 -막대한 R&D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 없나.

 “혁신적인 의약품과 질병 진단법은 R&D 투자의 결과다. 이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혁신은 있을 수 없다. 혁신이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도 10개 중 9개는 실패하는 일이다.”

 - 그렇다면 로슈와 메디컬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구인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아니다.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이 바로 우리의 최대 경쟁자다.”

 -결국 ‘내부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를 어떻게 달성하나.

 “우리의 경영 철학이 있다. ‘환자들이 미래에 필요한 것을 지금 수행하라(Doing now what patients need next)’는 내용이다. 9만 명의 전 세계 로슈 직원은 이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하루하루 출근을 하고 동기를 부여 받는다.”

 이 같은 ‘조직의 동력’은 로슈의 지속 가능한 미래 준비를 가능케 하는 힘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국적으로 법학을 전공한 슈완 회장은 2008년 41세의 나이로 1위 바이오 제약사 항로를 잡은 뒤, 7년 연속으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의 생명공학·생활과학 1위 기업에 회사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조직 관리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점은 ‘다양성’과 ‘포용’에 찍었다. 슈완 회장은 “기업 혁신을 위해선 직원들이 다양한 사고를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돕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주요 임직원 자리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방침도 그래서 나왔다.

 특히 그는 “조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목표로 ‘개발도상국’에서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의 비중을 30%까지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성도 그 안에 포함돼 있다. 한국 로슈에서 항암제 사업부서장을 지내다 지난해 초 본사에 합류한 손지영(46) 성숙기 제품 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비즈니스 리더가 대표적이다.

 슈완 회장은 “의료 혁신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과제”라고도 했다. 파트너 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다. 로슈의 협력사는 150개에 달하고, 매출의 37%가 이들에게서 나온다. ‘신수종(新樹種) 사업’의 하나로 바이오 업종을 택한 삼성과 협력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로슈는 2013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위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슈완 회장은 “로슈는 생산을 늘릴 수 있고, 삼성은 생명과학·헬스케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윈윈(Win Win) 게임”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강자와도 기꺼이 손을 잡는 것. ‘메디컬 거인’이 미래를 준비하는 공식이었다.

바젤(스위스)=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슈완 회장의 혁신적 말들
“ 가장 큰 라이벌은 다른 기업이 아닌, 언제나 우리가 맞서고 있는 질병이다.”
“신약 개발에 내재돼 있는 위험요소를 인정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
“혁신을 원한다면 혁신을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머징 마켓에서의 인재 육성을 우선순위 중 하나로 놓아야 한다.”
“직원들에게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줄 때에만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에겐 명확한 목적이 있다.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고 수요가 높은
의학적 과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낄끼빠빠' 못하면 극혐 아님? 모르는 당신은…

'국제 김일성 상' 거부한 우간다 대통령, 왜?

'상위 0.05%' 인재 빨아들이는 의대…노벨상 왜 못 타나

이별 요구 동거녀에 흉기 휘두른 50대 남성 구속

합당선언 직전 YS “총재는 내가, 노 대통령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