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이젠 대학생들까지 'OOO'에 의지..

우수경 2015. 10.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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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 마음이 정말 무겁습니다. '대학 입학'만을 바라보고 12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 앞에 펼쳐진 현실은 여전히 막막합니다. 취업도 어렵고 하다못해 인턴 한번 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학에 와서 노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학점관리도 열심히 해야 하고, 토익과 토플 등 영어 공부에 각종 자격증, 거기다 이른바 '스펙'이라 불리는 각종 경험도 열심히 쌓아놔야 합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면접 준비, 각종 입사 시험 준비....끝이 없습니다.
여기서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계속 마음을 눌러옵니다.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 여유 없는 대학생들…“요점정리만…”

해야 할 건 많고, 마음의 여유는 없고...그렇다 보니 대학생들은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 강의를 듣고 토론하고 연구해보고 시행착오를 겪는 방식의 공부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요점만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교육업체는 그 틈을 노렸습니다. 대학생들을 위해 학점 관리용 '인강'(인터넷 강의)을 내놨습니다. 교수님들 강의를 요점만 정리해서 가르쳐줍니다. 문제풀이도 있습니다. 일부 업체에는 일명 '족보'라 불리는 대학시험 기출문제도 올라와 있습니다. 기초 과목부터 전공 심화까지 모든 과목이 다 있습니다. 개설 희망 과목까지 신청받고 있습니다. 한 업체는 사이트 오픈 이후 매달 두 배씩 수강생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 사교육에 익숙한 세대…“의지할 건 사교육”

지금 대학생들은 사교육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사교육 실태조사에서 초·중·고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70% 정도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90%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공부하다 어려워지면 사교육업체를 먼저 떠올립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학생도 공부량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그러다 보니 사교육업체가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사교육업체라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남들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요점 정리해주는 학원을 찾아다니고, 그곳에서 만들어준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외우는 방식의 공부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스스로 원리를 찾아보는 대학식 공부 방식은 적응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하나같이 직접 공식을 찾고 풀이과정을 탐구하는 방식의 공부가 대학생활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질문할 곳이 없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공부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보니 교수님께 질문하기도 어렵고, 그나마 고만고만한 친구들끼리 물어보는 게 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인강 사이트에 질문 올리는 게 가장 마음 편하고 쉽게 답을 찾는 방법이라고 얘기한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 답답한 교수들…대학에서도 ‘선행학습’

이런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하는 교수들은 어떨까요?
교수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집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입식 교육보다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스스로 탐구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학생들 참여가 저조하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토론 수업 진행이 힘들다고 합니다. 빠른 시간에 정답만을 찾으려고 하지, 본인 스스로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족도 지적됩니다.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학생들은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보다는 반복되는 쉬운 문제풀이만 하게 되고, 전공과목을 듣기에는 기초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사교육업체는 이런 점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선행학습'이라 이름 붙인 강의를 내놨습니다. 대학 가서 들어야 하는 기초수업을 대학입학 전에 미리 들으라는 겁니다. 학점 경쟁 하에서 남들보다 더 일찍 배우라는 거죠.
우리나라 학생들 언제까지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걸까요?

18조 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가 추정하는 추정치를 보면 32조 원으로 급증합니다. 이 통계에서 말하는 사교육비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지출하는 비용입니다. 대학생들이 지출하는 사교육비 규모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라면 조만간 대학생 사교육비용까지 통계에 포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관 기사] ☞ [뉴스9]사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대학 전공까지 과외

우수경기자 (swoo@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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