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아들 가슴에 묻은 정규직 아버지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현장 노동자인 이민우씨(57)는 지난달 2일 회식 자리에서 아들 정욱씨(28)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블록 탑재 공정이 길어져 집에 늦게 들어갈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전화는 아들과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인 아들은 이날 밤 10시10분쯤 울산조선소 4도크에서 작업하다 크레인에 실려 이동 중인 블록에 부딪혀 12m 아래 도크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호수가 블록 이동 동선에 사람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산업재해였다. 이 사고로 정욱씨는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출혈이 발생해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사고 이틀 뒤 태어난 정욱씨의 셋째 아이는 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했다.
수면치료, 약물치료를 이어갔지만 정욱씨는 지난 5일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 기증 뒤 사망했다. 전날은 이씨가 회사로부터 ‘생일 축하’ 문자를 받은 생일이었다.
이씨는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형식적으로만 안전을 말하고 실질적으로는 공정 속도만 신경쓰는 현대중공업의 현장 분위기가 참사로 이어졌다”며 “특히 아들과 같이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이면 입사 30년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다. 이씨는 이번 사고를 “인도에서 사람이 걷고 있는데 차가 갑자기 돌진해 박은 것”이라며 “아들이 부주의해서 벌어진 사고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진 않을 텐데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로의 취업을 권유한 것은 아버지였다. 2007년 군 제대 뒤 대학 복학을 고민하던 아들과 소주를 마시면서 “전문대 졸업장 따서 취업하는 게 쉽지 않으니 우선 하청에서 일을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1년 근무하면 직영(정규직) 전환 요건도 갖추게 된다”며 권했다.
이민우씨가 현대중공업에 입사할 때만 해도 정규직이 사내하청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역전돼 사내하청이 더 많다. 이씨는 “아들은 성실한 용접공이었지만 직영 전환에 번번이 실패했다”고 했다.
이씨의 요구 사항은 자신의 직장이자 원청인 현대중공업을 향했다. 그는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했을 때 하청업체 대표들이 협상에 나왔다”며 “하지만 근본적 책임이 원청에 있는 만큼 제 아들이 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원청이 협상에 응한 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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