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비웃는' 재벌 일감 몰아주기
삼성·현대차 등 5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넘는 계열사가 112개에 달하지만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곳은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도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율이 30%를 넘지 않으면 규제 대상이 안되기 때문에 지분 조정 등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총수 일가의 순환출자를 통한 간접지배 기업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상위 5대 기업집단 계열사별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계열사 310개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계열사는 112개에 달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기업도 24개나 됐다.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계열사는 삼성이 9개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LG 단 1곳에 불과했다. 올 2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가 넘는 계열사(비상장회사는 20%)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112개 계열사 중 111곳은 내부거래 비중은 매우 높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30%가 안돼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경우 2013년 총수 일가 지분율이 31.3%로 규제 대상이었다가 2014년 지분매각으로 지분율이 29.84%로 낮아져 제외됐다. 이후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가 친·인척들에게서 지분을 사들이면서 다시 규제 대상에 편입됐다. 올 4월 기준 LG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30.92%다. 0.92%만 처분하면 규제 대상에서 다시 빠져나갈 수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은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의 직접지분율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약간의 지분 조정이나 합병 등으로 규제 대상에서 전부 빠져나가고 있다”며 “편법적 부의 이전을 막고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해선 간접지분도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총수 일가의 직접지분율뿐만 아니라 순환출자를 통한 간접지분율이 20%를 넘는 기업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한진과 현대 등 4개 그룹 계열사를 직권조사해 현재 위법성을 검토 중이며, 앞으로 전체 40개 기업집단에서 받은 자료를 검토해 법 위반 혐의가 있으면 직권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선 “예비조사 단계이며, (다른 계열사의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으면 적극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로, 한화 39개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규모가 2139억원에 달한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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