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바뀌면 '내신 영어' 더 중요

정원식 기자 2015. 10. 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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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부터 적용 확정..불확실한 정보로 불안한 교육 현장

지난 1일 교육부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영역을 9등급 절대평가로 치르기로 확정·발표하면서 교육현장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영어 변별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대학별 본고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고교 입시와 사교육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학들의 입시 반영 방법이 정해지는 내년 4월까지는 불확실한 상황과 학부모·학생들의 혼란이 이어질 수 있고, ‘영어 절대평가 시대’를 앞둔 예측과 전망들이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가 9등급 절대평가제로 바뀌면서 영어 변별력 약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 학생이 방학 기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영어교육 내신 중심 재편 가능성

9등급 상대평가인 현행 제도에서는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23%까지가 3등급이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원점수가 일정 기준(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을 넘기면 해당 등급을 받을 수 있어 현행 제도보다 상위 등급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업체들의 분석 결과 2015년 수능 영어 영역 채점 결과를 절대평가로 변환할 경우 1·2등급 학생 비율이 상위 11%에서 약 32%까지 상승한다.

일선 고교에서는 상위권·중상위권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영어 대신 국어·수학·탐구 수업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학들의 영어 평가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진학지도 교사인 일산 대진고 임형식 교사는 “수능의 난이도에 따라 90점이 갖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해서 당장 수업 방식을 바꾸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권은 점수 경쟁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몰라도 중위권 수험생의 경우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능 영어는 쉬워지지만 대학입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시를 위해 내신 영어 중심으로 영어교육이 재편될 수도 있다. 유성룡 1318입시연구소장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입시 전형의 70%를 차지하는 수시가 있기 때문에 영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도 “현재 고교 1학년 학생들은 수시모집 비중이 높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영어는 중학교에서 끝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수학에 집중하려는 생각이 많아져 중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 대학별 영어 본고사 나올까

각 대학이 떨어진 영어 변별력을 보완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들은 내년 4월까지 영어 절대평가 활용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절대평가 등급에 대학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겨 다른 영역과 함께 총점에 합산하는 방식, 총점 합산 점수에는 넣지 않고 절대평가 등급을 근거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 영어 등급을 최저등급 기준으로만 활용하는 방식 등 세 가지가 거론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정시에는 현실적으로 절대평가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첫 번째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동점자 양산 우려 때문에 최상위권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를 요구하거나 일부 대학은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대학별 영어시험 방안으로는 별도의 영어시험을 보거나 논술고사에 영어지문을 출제하는 방안, 영어심층면접 확대 등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교육부는 각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부여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교육부가 대학별 시험을 금지할 방안은 없다. 다만 재정지원 사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학별 영어시험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

■ 외고·국제고 인기 떨어질까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들의 경우 영어 절대평가 반영으로 인해 자사고·특목고 진학 결정을 놓고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자사고와 과학고는 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유불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외국어고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변별력 축소로 외고에 대한 선호도는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만기 이사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외고에 진학한다기보다는 대입 비교과 준비의 수월성,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 이뤄지는 경쟁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급격한 선호도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룡 소장은 수학과 국어에서 자사고가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고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 인문계 수학·자연계 국어 부담 늘 듯

정부가 지속적으로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낮아진다고 해서 수능 자체의 난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른 영역의 난이도 조정을 통해 현재 수능보다 다소 어려운 수능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다른 영역의 난이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오히려 입시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중하위권 대학들은 정시에서 인문계열은 수능 국어·영어·탐구 영역을, 자연계열에서는 수학·영어·탐구 영역을 반영한다. 유성룡 소장은 “대학들이 변별력 문제 때문에 영어를 빼낼 경우 인문계열에 수학이 들어오고 자연계열에 국어가 들어와, 없던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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