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서도 노벨상 받은 중국의 저력 살펴보니

원호섭 2015. 10. 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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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인재 중심 꾸준한 과기 정책의 결실..제2·3의 노벨 과학상도 기대

슈퍼컴퓨터 성능 분석 회사인 미국의 ‘톱스500’이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슈퍼컴퓨터 ‘톈허2’가 2013년부터 3년 내내 처리속도 1위(1초당 3경 3860조번)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컴퓨터는 날씨예보는 물론 신약개발,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구지원 등 과학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슈퍼컴퓨터를 따라잡기 위해 ‘국가전략컴퓨팅계획’을 수립했다. 2025년까지 슈퍼컴퓨터 분야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10호는 이미 2013년 지구 저궤도를 돌며 우주정거장 톈궁1호와 도킹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두번째 여성 우주인으로 선저우 10호에 탑승했던 왕야핑은 우주정거장에서 다양한 과학실험을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중국은 2020년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급의 우주정거장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공상과학(SF)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인공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은 중국이 만든 우주정거장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 귀환에 성공한다. 중국어로 된 계기판과 중국말이 흘러나오는 우주선이 전혀 낯설지 않다.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에 조난당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구하기 위해 중국의 발사체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미국이 시도한 탈출계획이 실패한 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원은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고 말한다.

투유유 중국중의학연구원 명예교수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중국이 환호하고 있다. 이미 중국계 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중국인 과학자가 과학분야에서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적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까지 내놓으면서 중국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과학강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항공·우주 분야는 미국과 러시아와 대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 기술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다.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도 중국은 어색하지 않게 어느덧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력의 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기적인 과학기술정책과 인력우대 정책을 펴면서 제2, 제3의 노벨 과학상 수상에 한국보다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올해 수상 결과를 단순히 40년 전 ‘우연히’ 얻어걸린 연구성과 탓이라고 격하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의 공격적인 인재 우대 정책과 10년 앞을 내다보는 꾸준한 계획 정책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토대를 쌓아왔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활용, 기술을 쓸어담는 블랙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많은 인구수 만큼이나 과학기술계를 ‘인해전술’로 평정하고 있다.

중국은 1966년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문화혁명 기간 동안 과학·교육 분야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이후 1980년대 이르러 과학기술 인재가 부족해지자 덩샤오핑은 “지식을 존중하고 인재를 존중한다”는 지도사상을 제시했다. 중국과학원은 1990년대 중견 과학자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백인계획’을 실시한다. 백인계획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수 중국인 과학자를 귀국시켜 첨단기술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2008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백인계획을 잇는 ‘천인계획’을 실시했다. 해외에 있는 학자들에게 1인당 100만 위안(1억 7000만원)의 연구비와 함께 연구영역에 따라 5~7년간 800만 위안을 지급했다. 2012년 9월부터는 천인계획을 확장한 ‘만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국가적 인재 1만명을 키우겠다는 만인계획에는 노벨상 수상이 기대되는 과학자 100인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상해글로벌협력센터장은 “중국은 양적으로 많은 인재를 질적으로도 뛰어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인력도 싹쓸이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공계 인재를 우대하는 것은 정부 내부 인사를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상하이자오퉁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칭화대 수리공정학과를 졸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1979년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 내각의 40%, 공무원의 70%가 이공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이슈가 바뀌는 한국과는 달리 종합적인 중장기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5년마다 전인대가 발표하는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계획을 추진해 나간다. 1956년 중국은 ‘12년 과기발전원경 계획’을 수립하면서 과학기술연구기관과 행정기관 설립을 서둘렀다. 이후 1978년 ‘전국과학기술발전계획강요’가 채택되면서 연구원 수를 늘리고 2000년까지 과학기술 선진국에 도달한다는 장기계획을 마련했다. 오현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실장은 “중국은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과 국방·우주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 교수의 경우 인해전술과 지속적인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많은 사람에게 연구를 하라고 한 뒤 지켜보는 것이 중국이었다”며 “덩사오핑의 계획아래 말라리아 약을 찾기 위한 중국의 인해전술과 지속적인 정책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통해 인재를 유치함은 막대한 자금을 통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이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응용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등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과감한 전략을 통해 인재·기술을 쓸어모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중국이 지문인식 반도체 공급업체인 시냅틱스에 인수를 제안하거나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사의 지분 15%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뒤쳐진 첨단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 한국처럼 돈을 빌린 뒤 연구소를 짓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삼키겠다는 발상이다. 이같은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조만간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를 넘어서는 기술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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