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전격 타결] 문답으로 풀어보는 TPP..美·日의 합작품

유한빛 기자 입력 2015. 10. 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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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간 TPP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013년 8월, 일본 도쿄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왼쪽)와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전 세계 경제의 40%를 아우르는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최종 타결됐다. 조선비즈가 TPP의 주요 쟁점과 향후 전망 등을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TPP란 무엇인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자, 태평양 연안 국가들만 참여하는 ‘지역적’ 무역협정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페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이 참여한다. 가입국간 관세를 없애고 수출입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을 낮추며, 서비스 산업의 역내 교류를 확대하는 게 목적이다.

―TPP가 주목 받는 이유는 뭔가.

TPP는 사상 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위 미국과 3위인 일본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12개국의 GDP를 합하면 총 28조달러(약 3경2610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GDP의 40%에 해당한다.

TPP는 제조업 상품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과 환경, 금융서비스, 전자상거래, 정보통신 등 서비스 분야까지 포괄해 체결국들간 교역을 확대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농산물과 자동차, 섬유, 의약품 등 대략 1만8000개 품목의 관세가 폐지된다.

―미국 정부는 왜 최근 TPP 협상 타결에 힘을 쏟았나.

외교적인 목적과 경제적인 목적이 모두 작용했다. TPP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추진해온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등 중동 지역의 군사활동을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외교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미국은 TPP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해 아시아에서 경제적인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국을 견제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 TPP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과도 추가로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이유다. 중국의 부상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해 전통적인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수출에 이득이 될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TPP의 목표는 ‘미국의 수출을 부양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아태지역 통합을 주도’하고 ‘이태 지역 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기준으로 TPP 체결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액은 698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4%를 차지했다.

미국의 주요 제조업을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 1994년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는데, 미국 내에선 관세 철폐 효과를 멕시코 자동차업계가 가장 많이 누렸다는 비판여론이 강하다. 인건비 등 비용면에서 미국의 자동차 공장들이 멕시코 공장에게 밀려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993년까지 소폭 흑자였던 미국의 대(對) 멕시코 무역은 NAFTA 체결 이후 해마다 500억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사업이 수혜를 볼까.

FTA 체결에 소극적이던 일본의 자동차·전자산업이 수혜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약세로 인한 환율 경쟁력이 최근 일본 수출을 지탱했다면, 앞으로는 관세 인하를 통해 북남미 국가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스 헤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NAFTA의 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캐나다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일본 기업들이 직접 미국과 멕시코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농산물의 역내 가격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USTR의 집계에 따르면 농업 부문의 경우엔 미국의 한 해 수출액의 42%(630억달러)가 TPP 시장에서 팔렸다.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중간재 수출 산업을 키워온 멕시코는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뉴질랜드는 유제품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은 왜 빠졌나.

중국 정부는 TPP 가입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패권 경쟁 상대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협정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AIIB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등 중국이 중심인 국제 경제질서를 현실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정부는 TPP가 ‘열린 구조’라고 강조하면서 현재 미체결국인 한국과 중국이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추가로 협의할 사안은 없나.

국영기업에게 관세 면제 혜택을 주는 문제처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남았다. 정부 주도 경제인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는 국영기업들이 주요 산업에 포진해 있는데, 일반 기업들과 똑같이 TPP 혜택을 누리면 형평성에 어긋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TPP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의 미국 기업 중에선 주택담보대출 전문회사인 패니메이 등이 정부 소유다.

―언제 발효되나.

각국 정부 대표부가 TPP를 타결했지만, 개별 국가의 국내 정치 과정이 남아 있다. 12개국 의회가 모두 TPP를 승인해야 발효될 수 있는데, 중요한 선거가 겹친 나라에선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캐나다는 이달 19일 총선이 끝나고 내각이 정비되면 본격적인 의회 설득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는 내년에야 미 의회에 TPP 승인안을 상정할 계획인데, 2016년은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해인만큼 난항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한국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은 멕시코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TPP 참여국과는 FTA를 맺은 상태다. 하지만 그동안 FTA 효과를 보지 못했던 일본이 미국, 캐나다 등에서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게 되면,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 경쟁 업종에선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TPP의 생산지 규정(rules of origin)도 걸림돌이다. TPP 체결국들은 관세 면제 혜택을 적용하기 위해 해당 제품의 부품 중 몇 퍼센트가 역내에서 생산됐는지를 따진다. 부품 일부를 한국과 해외 공장에서 나눠 생산해 조립한 상품은 부품 구성에 따라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항은 한국 제조업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TPP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협상에 착수하더라도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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